‘라이언킹’ 이승엽(47)이 어색한 친정 방문에 나선다. 자신의 심장이 뛰었던 대구에 ‘이방인’의 입장으로 방문하는 기분은 어떨까. 이제는 두목곰이 된 라이언킹의 첫 친정 방문에 많은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4일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 3연전을 치른다. 두산의 올 시즌 첫 삼성전이자 대구 경기,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의 첫 대구 방문 경기가 이날 펼쳐진다.
이승엽 감독에게 대구와 삼성은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곳이 대구였고, 프로 경력도 대구를 연고지로 한 삼성에서 시작해 삼성에서 끝맺었다. 통산 1096경기에서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467개)를 때려내고 최우수선수(MVP) 및 홈런왕을 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한 것 모두 이승엽 감독이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이룬 업적들이었다. 삼성 하면 이승엽, 이승엽 하면 곧 삼성이었다.
하지만 2023년, 영원한 라이언킹일 줄 알았던 이승엽 감독이 ‘외도’에 나서 야구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국민타자가 2017년 은퇴 후 5년 만에 현장에 돌아온 것도 화제였지만, ‘원클럽맨’ 이승엽이 삼성이 아닌 두산에 둥지를 튼 것이 야구팬들에겐 크고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외도를 시작한 이승엽 감독은 약 다섯 달 후, 이제는 어엿한 두목곰이 되어 친정을 다시 찾게 됐다.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해설위원과 KBO 홍보대사,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감독 겸 선수로서 대구를 숱하게 찾았지만, 프로팀 지도자로서 대구를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분은 어떨까. 23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서) 우리가 상대하는 프로야구 9개 구단을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선수 시절을 보낸 삼성과 대구에서 경기할 때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구 구장은 과거 시민구장 시절부터 현재 라이온즈파크까지 모두 3루에 홈 팀 더그아웃과 응원석이 배치돼 있다. 이승엽 감독도 숱하게 드나들던 정든 3루 더그아웃이 아닌 방문팀이 쓰는 1루 더그아웃으로 출근해야 한다. 여러모로 어색한 풍경이 이어질 예정. 이승엽 감독 역시 “1루 더그아웃을 쓰는 기분도 남다를 것 같다”라며 웃었다.
1976년생 동갑내기인 박진만 삼성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감독은 동시대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로, 선수 시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지만 각기 다른 기간 동안 삼성의 우승을 세 번 이끈 왕조 주역들이기도 하다. 이승엽 감독은 일본 무대로 건너가기 전 2002년에,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진만 감독은 2005년과 2006년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 시즌 동시에 프로팀 감독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점도 똑같다. 두 감독의 묘한 인연도 라이벌 구도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요소 중 하나다.
많은 스토리가 쌓일 라이언킹의 첫 대구 방문. 정작 이승엽 감독은 자신의 팀, 두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이 감독은 “나는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냉정하게 두산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라며 팀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의 대구 방문이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반가울 따름이다. 라이언킹의 친정 컴백 소식에 팬들은 벌써부터 예매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감독은 “대구 첫 경기라 야구계 이목이 집중되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인들도 (대구) 야구장 표를 예매했다고 하시더라. 프로야구 흥행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기뻐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가 아니라) 대구 관중들에게 인사를 할 상황이 만들어질지는 모르겠다. 홈팀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인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순 없다“라면서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드릴 상황이 온다면 인사를 드릴 것“이라며 뜻깊은 친정 방문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