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11번째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웃지 못했다. 팀 패배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가능성이 추락한 데다, 현지 해설가의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2~23 EPL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32분 이번 시즌 리그 10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손흥민은 EPL 역대 11번째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대기록은 현지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종차별 등 여러 이슈들이 터진 탓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마틴 타일러가 손흥민의 반칙 상황을 두고 무술, 와우라는 표현을 썼다”며 “팬들은 타일러의 발언이 인종차별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일제히 전했다. 손흥민이 반칙에 무술을 사용했다는 표현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게 현지 설명이다.
베테랑 해설가인 타일러는 손흥민이 코디 학포의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손을 쓰는 파울을 범했고, 이 과정에서 옐로카드를 받자 이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현지 언론들은 물론 현지 팬들도 타일러의 인종차별성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타일러는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 국적의 헤오르히 부슈찬이 부상을 당하자 “경기에 나설 수 없으니 전쟁에 참전하면 된다”는 망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어 팬들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뿐만 아니라 이날 토트넘은 손흥민의 1골 1도움 맹활약을 앞세워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3-3 동점까지 만들고도,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실점하며 3-4로 졌다. 최근 4경기에서 1무 3패라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34경기를 치러 승점 54(16승 6무 12패)를 기록, 6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5위 리버풀(승점 56)과 격차는 2점,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63)와 격차는 9점으로 벌어졌다. 심지어 리버풀과 맨유는 토트넘보다 각각 1경기, 2경기 덜 치렀다. 통계업체 옵타는 토트넘의 다음 시즌 UCL 진출 가능성을 0.3%까지 낮췄다.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6위 수성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다. 7위 애스턴 빌라와는 승점이 같고, 8위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과는 겨우 2점 차지만 경기 수는 토트넘이 3경기나 더 치렀다. 남은 시즌 4위 진입이 아니라 7위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옵타도 토트넘의 이번 시즌 최종 순위로 7위(34.1%)를 가장 크게 평가했다. 그 뒤를 6위(29.8%) 8위(23.2%) 5위(9.9%)가 이었다. 극적으로 4위에 오를 가능성(0.3%)보다는 오히려 9위까지 추락할 가능성(2.6%)이 더 컸다. 손흥민의 대기록은 토트넘의 부진, 그리고 해설자의 망언에 완전히 가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