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결혼하면서 집을 구매한 30대 A 씨는 최근 하락세라는 대출금리가 와 닿지 않는다. 그는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보다 기준금리에 예민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며 "차라리 대환대출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억원의 대출을 끼고 있는 B 씨도 "6개월 변동금리로 대출 이자가 움직이는 상품인데, 이번 5월에 변동 시기라 보고 남은 기간이라도 갈아탈지 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3월에 연 5.17%를 기록해 전월보다 0.15%p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연 5.64%까지 오른 뒤 12월 5.57%, 올해 1월 5.46%, 2월 5.23%, 3월 5.17% 등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가계대출 금리도 0.26% 떨어지며 연 4.96%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16%p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자신의 금리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오히려 금리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늘어나는 '갈아타기족'
2일 대출중개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지난해 대환대출 실행 금액은 1조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7.8%가 증가했다. 대환대출을 진행한 이들은 평균 4.59%p의 금리를 낮춰 갈아탔다.
지난해 말부터 대출금리가 내림세로 바뀌면서 매달 평균 6% 대출을 갈아타는 금융소비자도 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27일 출시한 대환대출 상품 '희망대출'의 누적 신청자는 한 달도 채 안 돼 9100명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일반적으로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한 다중채무자에게도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등 기준을 완화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현재 '갈아타기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카카오뱅크다. 강점은 역시 '금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 3월 중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평균금리는 4.04%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4.48~5.23%)을 포함한 국내은행에서 가장 낮았다.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도 5.11%로 5대 은행(5.57~6.00%)을 포함한 1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에만 봐도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76~5.86%다. 변동금리는 연 4.09~5.81%로 형성돼 있다.
카카오뱅크 주담대 금리를 보면 고정금리 연 3.544~6.173%, 변동금리 연 3.778~6.668%로 시중은행보다 하단이 낮다. 0.1% 금리만 낮아도 움직이는 금융소비자 특성상 카카오뱅크 주담대의 메리트는 확실하다.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에만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주담대를 실행하며, 지난해 동기(470억원) 대비 30배 이상 급증한 실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전체 신규 고객 중 대환대출 고객의 비중은 57%로 지난 12월 말(25%)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은 0.8%에서 8.6%까지 뛰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91~4.95%, 변동금리는 연 4.09~5.82%로 5대 은행 평균값보다는 높게 형성돼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대환대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8배 증가했다. 취급액은 약 22배 올랐다.
인터넷은행이 금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구간 '비대면'으로 이뤄져 인력 등 비용을 절감했다는 데 있다. 챗봇으로 상담하고 모집인이나 중개사 제휴 수수료 등도 들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금리 인하로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나 신용대출 금리는 연 8%대까지 올라갔다가 지금 낮게는 3%대까지 낮아졌다"며 "당시에 대출을 받았던 차주라면 현시점의 낮은 대출금리를 찾아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더 쉬워진다
앞으로는 대환대출이 쉽고 간편해지면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달 말부터 온라인에서 신용대출 상품을 비교한 뒤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바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온라인에서 대출 갈아타기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달 31일 플랫폼이 시작되면, 여러 금융회사 대출을 비교한 뒤 한 번에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은 없애고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촉발시키겠다는 게 당국의 의도다.
기존 대출 원리금 정보뿐만 아니라 중도상환수수료와 상환 가능 여부까지 대환대출 인프라에서 보여주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다수 대출상품을 조회하더라도 소비자 신용점수가 떨어지지 않게 한다.
대출을 갈아타는 횟수는 중도상환수수료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 실행 후 6개월이 지난 ‘숙성된 대출’만 대출 갈아타기를 허용한다는 얘기다. 너무 잦은 대출 이동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 대출은 ‘6개월 경과규정’ 없이 바로 갈아탈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파이낸셜·핀다 등 4개 핀테크 플랫폼에서 가능해진다. 금융사에서는 은행 19곳, 저축은행 18곳, 카드 7곳, 캐피탈 9곳 등 53곳이 참여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4개사는 이미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들은 제휴 금융사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은행과 제휴한 곳은 카카오페이로 13개다. 이어 토스 12개, 네이버파이낸셜 9개, 핀다 7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들도 잇달아 대환대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국민은행과 비슷한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고, 우리은행 등도 서민을 위한 추가 상생금융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에 따른 각 금융사별 상품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플랫폼에서 대출까지 비대면으로 원스톱 제공해 편의성을 높이면, 대환대출은 가파르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매달 납부하는 이자를 절감하기 위해 대환대출을 고려하지만, 대출 만기가 다가오거나 상환기간을 늘리고 싶거나 대출 건수와 월상환금액을 줄이고 싶은 상황 등에도 대환대출을 고민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조건이 메리트가 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대환대출은 자격조건이 까다롭고, 갖고 있는 부채에 따라 생각했던 금리보다 높게 책정될 수도 있다. 원하는 한도 만큼 대출 금액이 충분한지, 금리가 갈아탈 만큼 낮은지도 계산은 필수다. 또 기존 상품을 상환하게 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어, 갈아탈 시 드는 제반비용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 비교는 당연하고 한도나 3년 이내 상환시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등도 알아봐야 한다"며 "주담대의 경우에는 LTV 한도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