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끝판 대장’ 오승환(41)이 어색한 ‘외도’에 나선다. 한미일 무대를 여럿 옮기면서도 19년 프로 생활 동안 뒷문만 막았던 오승환이 이젠 포문을 여는 위치에 섰다.
오승환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오승환이 선발 투수로 나서는 건 2005년 프로 데뷔 후 처음 있는 일. 그동안 KBO리그 620경기에 나서 374세이브 17홀드를 올리고 한미일 통산 979경기에서 496세이브를 올리는 가운데에도 오승환은 단 한 차례도 선발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랬던 오승환이 처음으로 외도에 나선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의 선발 출전을 두고 “오승환이 중간 계투진에서 공을 적게 던지다 보니 밸런스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더라. 선발에서 투구 수를 많이 가져가면서 자기 페이스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 변칙 운영을 하게 됐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 시즌 오승환의 페이스는 좋지 않다.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해 6경기에서 1승(1패) 4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6.00에 달했고, 블론세이브도 한 차례 기록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자신감을 잃었다는 판단에 삼성 코치진은 오승환을 비교적 상황이 편한 중간 계투로 옮겨 부활을 유도했으나, 1점 차 치열한 승부가 계속되면서 부담만 가중됐다.
결국 정현욱 투수코치가 색다른 방법으로 활로를 찾았다. 오승환이 길게 공을 던지면서 페이스를 되찾을 것이라는 생각에 방법을 강구하던 중 ‘깜짝 선발’ 카드를 고안해냈다. 정현욱 코치는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오승환을 투입할까도 생각했지만, 패전 처리로 투입하는 건 오승환 선수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해 선발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정현욱 코치의 선수 시절 경험도 이 결정에 한몫을 했다. 삼성 불펜의 마당쇠로 활약했던 정현욱 코치는 2012년 초반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고전하다 깜짝 선발 출전 이후 반등에 성공, 그 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3.16으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정현욱 코치는 “당시 코치님들이 안 좋으면 (다른 보직에서) 길게 던지는 것도 방법이라며 선발 등판을 추천해주셨다”라고 회상하며 “오승환도 선발 등판을 통해 페이스를 찾았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오승환도 마찬가지였다. 정현욱 코치의 말에 따르면, 오승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선발 의향을 먼저 밝히기도 했다. 때마침 5선발 자리가 비면서 기회가 생겼고, 정현욱 코치가 선수와 상의 끝에 박진만 감독에게 제안하면서 '깜짝 선발 카드'가 완성됐다.
선수는 물론, 코치, 감독도 그의 부활이 간절하다. 박진만 감독도 정현욱 코치도 입을 모아 “반드시 살려야 하는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다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승환이 살아나야 팀의 중심이 잡히기 때문에 (이번 계기로) 살아났으면 좋겠다”라며 그의 부활을 간절히 바랐다.
한편, 오승환은 3일 키움전에서 50~60개의 공을 던질 예정이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 본인은 5회까지 꼭 막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닝 수에 상관없이 투구 수만 보고 던지게 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정현욱 코치는 “선수에게도 얘기했지만 안 좋으면 바로 뺄 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점수를 내줘도 되는 상황에 등판시키기 때문에 실점은 해도 (이닝) 보장은 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