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잠실 라이벌’ 어린이날 시리즈는 7일 한 경기만 열렸다. 5·6일 경기는 비로 순연됐다.
사실상 어린이날 매치업에서 LG 트윈스는 두산 베어스를 11-1로 완파했다. 홈런 3개 포함 장·단 12안타를 쳤다.
주인공은 박동원(33)이었다. 그는 2회 초, 올 시즌 피홈런이 없었던 곽빈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쳤고, 5회도 김명신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동원은 올 시즌 첫 멀티 홈런을 기록했고, LG의 3연승을 견인했다. 개인적으로는 홈런 부문 단독 1위(7개)에 올랐다.
박동원은 지난해 11월 LG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기간 4년·총액 65억원)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좋은 영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장타력이 좋은 포수’라는 경쟁력을 갖고 있었지만, 초반 가공할 페이스가 눈길을 끄는 게 사실이다.
포수는 체력 관리가 필요한 포지션이다. 박동원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에 대해 “(선발 투수) 김윤식이 등판하는 날엔 (박)동원이에게 휴식을 준다. 그런 날에는 지명타자로도 가급적 안 내보낼 생각이다. 써도 승부처에서 대타로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령탑 눈에 박동원이 나아진 점은 무엇일까. 염경엽 감독은 “마음을 고쳐 먹은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기본에서 벗어나는 걸 그 안으로 가지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원은 한때 폴로 스루 너무 커서 배트가 포수를 강타하는 장면을 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린 탓에 배트가 뒤로 향하는 것. 파울(또는 헛스윙)이 나오더라도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현재 박동원은 기본 타격 이론에서 벗어나던 것을 틀 안으로 집어 넣는 중”이라고 했다.
박동원의 가질 재능은 염경엽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안다. 히어로즈 감독 시절부터 소속 선수로 그를 봤다. 그래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전제는 있다. 타격이 무너지지 않고, 인플레이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
우타자인 박동원이 왼쪽 파울 홈런을 친다는 것은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본다. 헬멧이 벗겨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염 감은 “무너지지 않는 (타격) 폼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그러면 타율 2할 8~9푼, 25홈런 이상 가능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애버리지(타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동원은 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활약했다. LG가 2-4로 지고 있던 8회 말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김재웅의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좌측 외야석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아치를 그렸다. 시즌 8호포.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홈런이었다.
박동원은 4-4 동점이었던 연장 10회 말에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며 끝내기 주자로 나섰다. 홍창기의 우전 2루타로 3루에 진루했고, 신민재의 내야 안타로 결승 득점까지 해냈다.
박동원은 경기 뒤 최근 좋은 타격감에 대해 "최근 실투가 좀 많이 들어 왔다. 운이 좋았다"라고 했다. 시즌 초반 '모범 FA'로 평가받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를 괜히 데리고 왔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4년 계약을 했는데, 마지막 시즌까지 잘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며 웃었다. 항상 많은 좌석을 채워 주는 LG팬을 향해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는 응원과 칭찬에 큰 힘을 얻는다. 팬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