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이탈리아)와 마요르카(스페인)의 국내 맞대결이 추진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두 팀의 맞대결을 승인하기에 앞서 프로축구연맹의 동의가 필요한데, 연맹이 K리그 일정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나폴리와 마요르카의 경기가 추진되고 있는 6월 10일은 K리그1과 K리그2 3경기씩 총 6경기가 예정돼 있다”며 “이 시기에 해외팀 초청 경기가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해외팀 초청 경기로 인해 K리그 주목도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게 연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친선경기를 추진 중인 컨소시엄 측에 따르면 6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차례 친선경기를 추진하고 있다.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끈 김민재(27), 마요르카의 핵심 선수로 활약한 이강인(22)의 맞대결이 국내에서 두 차례 펼쳐진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도 크다.
다만 6월 10일에는 대구·울산·대전 등 전국에서 K리그 1·2 6경기가 이미 예정된 상태다. K리그 경기 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두 해외팀의 친선경기 개최에 동의하는 건 K리그 구단이나 선수들, 팬들을 위해서라도 어렵다는 게 연맹이 고수하는 입장이다.
해외 팀의 친선경기를 최종 승인하는 건 KFA지만, 규정에 따라 연맹의 동의가 필요하다. KFA가 컨소시엄 측으로부터 신청 서류를 접수받고도 연맹의 동의서 등 ‘서류 불충분’을 이유로 일주일간 유예기간을 둔 이유다. 컨소시엄 측으로부터 직접 연맹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것이다.
컨소시엄 측은 선결 조건인 연맹의 동의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토트넘-세비야전이 K리그1과 같은 날 열렸던 전례가 있는 만큼, 연맹도 거부할 근거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컨소시엄 측 관계자는 “이미 작년 토트넘-세비야전도 K리그 6경기가 열린 날 개최됐다. 그런데도 올해는 K리그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승인을 안 해주면 자가당착에 빠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지난해 토트넘-세비야전과 같은 날 열렸던 K리그 경기들은 원래 다음날 열릴 예정이었지만, 국가대표팀의 동아시안컵 소집 일정을 고려해 이사회를 거쳐 하루 앞당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같은 날 경기가 열린 건 불가피한 일이었을 뿐, 올해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K리그 일정이 버젓이 있는데도 해외팀의 친선경기를 추진하는 건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K리그 경기가 있는 날, 특히 홈팀들은 그날 가장 주목받고 싶은 게 사실이다. 이미 일정이 있는데도 해외팀의 경기를 추진하려는 건 분명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KFA는 우선 상황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승인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팬들의 관심도가 큰 사안인 만큼 필요하면 연맹의 동의 과정에 협의나 중재에 나설 수도 있지만,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주최측의 개최 능력 등을 면밀하게 살핀 뒤 승인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연맹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만일 연맹이 양보하더라도, 풀어야 할 매듭이 또 남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