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SG 랜더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원형(51) 감독은 길게 내다보고 마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SSG는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이건욱을 선발 투수로 내보냈다. 원래라면 커크 맥카티의 등판 순서다. 하지만 맥카티는 왼손 중지 염증으로 고름을 제거, 이번 주 선발 등판을 한 차례 건너뛰기로 했다.
김원형 감독은 기존 선발진의 등판을 하루씩 앞당기는 방안도 고민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오원석은 나흘 휴식 후 등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박종훈 역시 나흘 휴식하고 나서야 하는데 직전 경기서 104개를 던져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생각을 접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이건욱이 4이닝(3실점)으로 버텨줬고, 이어진 5명의 불펜 투수가 1이닝씩 무실점으로 이어 던져 숀 앤더슨이 선발 등판한 KIA를 5-3으로 제쳤다.
지난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SSG는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연장 11회 접전을 펼쳤다. 김 감독은 팀 내 홀드 1위 노경은과 마무리 서진용 카드를 끝까지 꺼내지 않았다. SSG는 연장 11회 결승점을 뽑아 7-6으로 이겼고, 연장 10회부터 2이닝을 책임진 백승건이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불펜 투수의 3연투를 가급적 지양한다. 노경은과 서진용이 앞서 나흘 동안 3경기에 등판했다. 이날 경기까지 나갔다면 3연투는 물론 닷새 중 4경기에 등판하게 된다"며 "5월 둘째 주 마운드 운용도 고려해 경기 전부터 투입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5연승을 달리면서 불펜 투수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팀이 선두 경쟁 중이고 마운드 사정도 나쁘지 않아 가능한 선택이다. 또한 지난해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끈 데다, 개인 통산 134승을 거둔 경험이 있어 무리하지 않는다.
SSG는 최근 에니 로메로를 대신해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데려왔다. 7일 입국한 엘리아스는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로메로가 개점 휴업해 교체 외인 투수를 서둘러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 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없어도 충분히 로테이션을 돌아가나 엘리아스가 합류하면 기존 선발 투수 1~2명이 불펜으로 옮겨 훨씬 수월한 마운드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엘리아스가 퓨처스(2군)리그에서 한 차례 등판하고 1군 데뷔 일정을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에 적응하고 컨디션 조절을 이룰 시간을 주고, 부담을 줄이도록 한 배려로 보인다.
사령탑의 이런 선택은 이건욱과 백승건 등에게 기회를 주고,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