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용필의 한마디에 잠실이 들썩였다. 데뷔한 지 55년이 지났지만, 조용필은 여전히 팬심을 뛰게 하는 아티스트였다.
조용필은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개최했다. 조용필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올림픽주경기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 가운데 하나로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그만큼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공연은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됐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H.O.T., 엑소, NCT 127, 이문세, 아이유 등이다. 조용필은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처음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뿐 아니라 최다 공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으로 리모델링을 앞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마지막 공연도 장식했다.
이날 잠실벌을 채운 관객은 3만 5000여 명. 콘서트 시작 전부터 현장은 수많은 관객으로 정신없이 북적였다. 관객의 대다수는 조용필의 음악과 함께해온 50~60대였으나 10대~20대도 더러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공연장 앞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플래카드와 응원봉을 든 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연이은 화려한 폭죽과 함께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조용필은 무대에 등장해 ‘미지의 세계’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까지 연달아 선보이며 관객의 환호를 이끌었다.
조용필은 쉴 틈 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실제로 게스트 없이 홀로 두 시간 동안 25곡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곡 사이사이에 팬들과 스몰토크를 이어가거나 팬들에게 다음 무대를 소개하는 멘트는 단 3번뿐이었고 이마저도 짧았다. 멘트보다 주력인 노래에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이에 조용필은 “나는 멘트가 별로 없다. 여러분 다 아니까 그냥 즐겨달라. 나는 노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맞바람, 아직은 쌀쌀한 날씨와 사투도 이어졌다. 올림픽주경기장 같은 야외 공연장에서 바람과 사투는 피할 수 없는 요소다. 조용필은 “여러분은 괜찮냐. 나는 맞바람 때문에 콧물이 나온다”며 솔직한 매력을 드러냈다. 이후 조용필은 콧물 때문에 ‘바운스’(Bounce) 한 소절을 놓치는 실수로 관객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래도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조용필은 지난 50주년 콘서트에서 “비는 지겹다‘고 말할 정도로 그가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오를 때마다 폭우가 내렸다. 이날도 콘서트 중반에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거세지지 않고 그쳤다.
조용필의 유려한 호응 유도와 관객의 떼창이 합쳐진 콘서트는 마치 페스티벌 같았다. ‘비련’,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등에서의 관객 떼창은 소름을 유발했다. 또한 조용필이 거센 맞바람에 ‘모나리자’ 한 소절을 놓치자, 관객은 하나가 돼 떼창으로 조용필의 실수를 커버하며 완벽한 무대를 탄생시켰다.
공연 말미 ‘단발머리’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추억을 회상한 이들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어 ‘여행을 떠나요’에서는 잔디석에 있는 관객이 일어나 함께 뛰고 춤을 추며 음악을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거를 것 하나 없는 알찬 콘서트로 가왕의 신화가 현재진행형임을 입증한 조용필. 그는 오는 27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데뷔 55주년 콘서트를 개최하며 공연의 열기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