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국내 가전 양판점들이 실적 악화 위기를 타개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업황이 둔화된 가운데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백화점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이커머스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지난해 나란히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3조3368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52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창립 36년 만에 첫 적자다. 당기순손실도 5280억원으로 전년(575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 역시 적자를 보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업 손실이 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억원 늘었다. 매출도 16.9% 감소한 7300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24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가전 양판점 산업이 부동산 거래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어려움이 겹치며 성장 침체에 직면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이사·혼수 감소로 가전 수요가 줄었다"며 "온라인 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과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에 나서지 못한 점도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쿠팡·SSG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들도 가전 분야에서 취급 품목을 늘리고 있는데, 이들 역시 오프라인 매장과 마찬가지로 희망일 지정, 배송 운전사 설치, 폐가전 무료 수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에 가전 양판점들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점포를 통폐합하는 등 다양한 생존 대책을 내놓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 4명 중 3명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롯데슈퍼 대표를 지낸 남창희 신임 대표를 비롯해 김홍철 롯데유통군HQ 인사혁신본부장, 문병철 롯데하이마트 온·오프통합상품본부장이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인적쇄신과 함께 점포 효율화에도 나서고 있다. 비효율 소형 점포를 지역 대형 점포로 통합하고, 상품 운영 및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를 진행해 수익 비용을 구조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신사업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주총에서 대체불가토큰(NFT) 발행·판매·중개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전자랜드도 올해 1월 김찬수 대표로 CEO를 교체하고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전자랜드는 실적 개선을 위한 첫 시도로 최근 인천 작전점을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으로 새단장해 오픈했다.
랜드500은 온라인 최저가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보고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유료 회원제 매장으로, 전자랜드가 엄선한 가전제품 베스트 모델과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필수 상품 500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연회비는 스탠다드 3만원, 프리미엄 5만원이며, 구매금액의 0.5%, 1.0%를 각각 적립 받을 수 있다. 전자랜드는 작전점 운영을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 후 전국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자랜드는 중저가형 상품 도입으로 상품을 다각화하고, 카테고리 확장 및 시스템 개선으로 온라인 사업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경기 불황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기에 우리나라도 최근 물가 상승률이 6%대에 이를 정도로 지갑 열기가 무서워지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필수재가 아닌 가전 구매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집콕 수요 감소와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올 한 해 가전 전체 시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금리나 물가, 부동산 시장 등이 안정화되고 가전 소비 심리가 회복돼 반등의 시기가 올 때까지 가전 양판점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