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와 성시경은 데뷔 동기다. 장르는 다르지만 한결같은 음악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의 결은 같다.
싸이는 2001년 1월 12일 정규 1집 ‘싸이 프롬 더 싸이코 월드’(Psy From The Psycho World)로 데뷔했고 성시경은 2000년 11월 싱글 ‘내게 오는 길’ 발표 후 2001년 4월 데뷔 앨범인 정규 1집 ‘처음처럼’을 발매했다. 두 사람은 각각 댄스와 발라드를 주장르로 하면서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가요계에서 남자 솔로 가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멤버가 다수인 아이돌 그룹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싸이, 성시경은 20년 이상 자신들의 장르에 있어 최고 자리를 사수하며 대한민국 톱클래스 가수로 평받는다.
싸이와 성시경을 하나로 잇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브랜드 콘서트다. 싸이는 ‘흠뻑쇼’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1년부터 자신만의 콘서트를 꾸미고 있다. 싸이는 ‘흠뻑쇼’외에 ‘올나잇 스탠드’라는 이름으로도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여름에는 엄청난 양의 물을 뿌리면서 공연하는 ‘흠뻑쇼’, 겨울에는 밤을 새며 공연하는 ‘올나잇 스탠드’다. 두 콘서트의 성격은 확실하다. ‘흠뻑쇼’의 드레스코드는 파랑, ‘올나잇 스탠드’ 드레스코드는 빨강이다.
여름만 되면 잠실 주경기장 근처를 파랗게 물들이는 인물, 바로 싸이다. ‘흠뻑쇼’는 주로 서울 잠실 올릭픽주경기장과 잠실보조경기장에서 개최됐다. 가요팬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중이 싸이의 ‘흠뻑쇼’만큼은 한 번쯤 가고 싶은 공연으로 꼽는다.
성시경도 자신만의 브랜드 콘서트를 갖고 있다. 그는 매년 5월마다 ‘축가’ 콘서트를 개최한다. 잠실에 싸이가 있다면 성시경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을 책임진다. 싸이, 성시경 두 사람은 매 공연마다 매진시키며 브랜드 콘서트의 막강한 파워를 과시한다. 올해 ‘축가’는 6월 2~4일과 6일 열린다.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라이벌이 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음악 행보는 아주 조화롭다. 성시경은 ‘흠뻑쇼’에 줄곧 게스트로 출연하며 싸이와의 돈독함을 과시해 왔다. 싸이 또한 ‘축가’에 등장해 어김없이 무대를 뒤짚어 놓는다. 성시경은 게스트 싸이의 모습에 대해 “미술관에 풀어놓은 돼지 한 마리”라며 그의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을 과감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싸이는 디즈니+ ‘싸이 흠뻑쇼 2022’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지금까지 ‘흠뻑쇼’를 되돌아봤다. 그만큼 싸이 본인 또한 ‘흠뻑쇼’에 대한 애착, 기대감이 남다르다. 여기서 그는 “고급스러운 ‘똘끼’로 가득 찬 제 관객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지금까지 공연을 찾아준 약 35만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10여년 넘게 한 장소에서 한 노래를 꾸준히 부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3시간이 넘는 공연을 오로지 본인들의 곡으로만 채운다는 건 어려운 일. 수많은 히트곡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두 사람은 매년 공연으로 팬들 앞에서 직접 부르며 보답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질리지 않는 공연, 뻔하지 않은 공연으로 매해 관객들을 현장으로 초대하고 있다. 관객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표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누구보다 현장에서 미친듯 즐긴다. 싸이와 성시경의 음악엔 시대를 타지 않는 감동이 깔려 있다. 이들의 콘서트가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