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년 전이었다. 김학범 당시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가나와의 평가전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일본을 부러워 한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주축 선수들이 A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일본과 달리 최정예를 소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원두재나 이동경(이상 당시 울산 현대) 송민규(당시 포항 스틸러스) 등의 차출을 원했다. 그러나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이들 모두 A대표팀에 불렀다. 그나마 이강인(마요르카)이 김학범호로 향했으나 당시엔 A대표팀 주축 자원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까지 포함해 평가전을 치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 사실”이라며 벤투 감독의 선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김학범호는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을 하는 시기였다. 와일드카드까지는아니더라도, 올림픽 직전 시기를 고려해 연령에 맞는 선수들의 차출을 바랐다. 그러나 통 큰 양보를 바랐던 김 감독의 기대는 A대표팀 우선 원칙, 그리고 벤투 감독의 결정 앞에 의미가 없었다. 김 감독은 “유럽에서는 올림픽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고, 벤투 감독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받아쳤다.
2년 전 대표팀 간 불협화음을 돌아보는 건, 앞으로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 사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에는 두 대표팀의 소집 기간이 겹칠 전망이다. 클린스만호는 부산·대전에서 각각 페루·엘살바도르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준비 중인 황선홍호는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 평가전이 예정돼 있다. A대표팀과 U-24 대표팀 간 ‘교집합’에 속한 선수들에 대한 차출 협의가 필요한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이강인이다. 이미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지난 3월 데뷔 2연전부터 이강인을 A대표팀 주축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에 몇차례 없는 평가전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이강인을 향한 팬들의 큰 관심도 외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황선홍 감독 역시도 이강인을 중심으로 AG 대표팀을 꾸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AG는 소속팀의 차출 허가를 전제로 이강인 등 선수들의 병역 특례가 걸린 대회라 의미도 크다. 황 감독 입장에선 이강인 활용법을 실전에서 찾는 게 중요한 시기다. 두 감독 간 차출 협의가 필요한 이유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송민규(전북 현대) 등도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 모두 소집이 가능한 자원들이다. 카타르 월드컵 멤버가 주축이 됐던 클린스만호 1기에는 제외됐으나 엄원상(울산)과 고영준(포항) 홍현석(헨트) 등도 클린스만 감독과 황 감독 간 차출 협의가 필요한 선수들로 분류된다.
6월뿐만 아니라 내년 파리 올림픽 준비 기간까지도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 간 선수 차출 관련 이슈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A대표팀 우선 원칙이 유지되겠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AG나 올림픽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선수 차출에 양보의 뜻을 밝힐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KFA)의 중재도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KFA 관계자는 “두 감독님이 한 차례 미팅을 진행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원만한 조율을 위해서 미팅을 진행한 것 같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개인의 발전에 포커스를 많이 두시는 편이다. 앞으로도 소집과 관련해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