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33)이 대체 선발 그 이상을 해냈다. '3이닝 퍼펙트' 흐름을 끝까지 지키진 못했지만, 막강한 LG 타선을 최대한 틀어막는 데 성공했다.
이태양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총 투구 수 58구 중 스트라이크는 37구였다.
이태양은 올 시즌 전 4년 총액 25억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친정팀 한화로 복귀했다.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그는 한화에서는 불펜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20일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팔꿈치에 타구를 맞아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는 김민우를 대신해서다. 정식 선발은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불펜으로 경기를 소화했기에 선발 투수로 온전한 투구 수를 채울 수는 없었다. 최원호 감독은 이날 경기 전 "50~60구 정도 던질 계획"이라며 "주현상 빼고 다른 불펜투수들은 모두 나갈 수 있다. 승기 잡으면 불펜 쏟아붓는 운영도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태양은 최원호 감독의 기대치 이상을 해냈다. 이날 1회부터 3회까지 문자 그대로 완벽한 경기를 보여줬다. 1회 첫 타자 홍창기를 삼구 삼진으로 잡으며 출발한 그는 문성주도 3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중심 타자 김현수까지 포수 땅볼로 잡아 1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강타자들이 줄줄이 등장한 2회에도 박동원, 오지환, 문보경을 모두 땅볼로 잡아냈다. 억지로 힘으로 붙지 않고, 높은 직구와 떨어지는 변화구를 적절히 섞었다.
3회 역시 삼자범퇴로 마친 이태양은 4회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만난 첫 타자 홍창기를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지만, 홍창기는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 출루에 성공했다. 퍼펙트가 깨진 후에는 아쉬운 수비도 따랐다. 후속 타자 문성주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 약한 타구를 유도했는데, 좌익수 권광민이 타구 추적 후 포구에 실패하면서 이날 경기 첫 피안타로 기록됐다.
이어 내야 수비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태양은 1사 1·3 상황에서 김현수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다. 1루수이자 이태양의 순천효천고 선배 채은성이 신속한 글러브 포구로 공을 건져냈고, 이를 2루로 던졌다. 그러나 이날 올 시즌 첫 1군 출전한 유격수 이도윤이 터치 후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타자 주자 김현수를 잡는 데 실패했다.
실점 위기가 이어졌지만, 이태양 그리고 구원 등판한 김범수가 이를 이겨냈다. 이태양은 올 시즌 홈런 1위 박동원을 상대로 과감하게 몸쪽 포크볼을 구사, 내야를 멀리 벗어나지 못하는 2루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김범수가 구원 등판해 오지환을 1루수 땅볼로 잡고 4회 위기를 봉합했다.
선발승에 필요한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태양의 안정감 있는 투구로 한화는 대체 선발 경기를 안정적으로 지켜내게 됐다. 한화는 5회 말 현재 LG에 1-0으로 리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