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KBO리그에서는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2일 기준 리그 평균자책점이 전년 대비 0.17 낮아진 3.89이다. 프로야구에서 3점대 평균자책점이 기록된 건 2012년(3.82)이 마지막. 무려 11년 만에 3점대 평균자책점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2020년과 2021년 리그 평균자책점이 각각 4.76과 4.44였다. 2018년(5.17)과 비교하면 낮지만, 여전히 '타고투저' 기조가 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칼을 빼 들었다. 투수들의 입지를 넓히고,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스트라이크존(S존)을 확대한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평균자책점이 4.06까지 떨어졌다. 공인구 반발계수 하향 조정이 더해져 현장에선 "타구가 뻗질 않는다" "잘 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힌다"는 타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투수와 희비가 교차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4월 중순까지 4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이 유지됐다. 그런데 조금씩 수치가 낮아지더니 4월 25일 기준, 3점대 평균자책점이 기록지에 새겨졌다. 이유는 뭘까. 투수 코치 A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S존이 커졌고, 공인구 반발력도 요인이 있는 거 같다. 투수들의 기량이 전체적으로 발전했다"고 촌평했다. '투고타저' 흐름이 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력 분석원 B는 "팀별로 외국인 투수와 (3선발급) 국내 선발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평균자책점이) 더 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인 선발 투수가 3명이다. 3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1.29)를 비롯해 에릭 페디(NC 다이노스·1.63)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1.73)의 활약이 위력적이다. 여기에 나균안(롯데 자이언츠·2.76)과 오원석(SSG 랜더스·2.96) 등 깜짝 호투를 이어가는 국내 선발 투수가 적지 않다. 문동주·김서현(이상 한화 이글스) 이용준(NC) 송영진(SSG)을 등 신인 선수들의 쾌투도 두드러진다.
데이터 분석원 C는 "리그 전체적으로 세대교체 주기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야수보다 투수가 더 빨리 육성되는 편"이라면서 "투수는 문동주나 김서현처럼 구위가 충분하면 리그에서 성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야수는 주루·수비·타격·작전 등 여러 플레이를 종합적으로 해야 해 육성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생 거포들이 은퇴 또는 '에이징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영향을 받고 1990년생 선수들은 리그 전체적으로 야수·투수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투수 육성이 빨라 그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지고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갔다. 타자는 다르다. 젊은 거포가 노시환(한화) 외에 많이 없는 게 단적인 예다. (한 방을 쳐줄 선수가) 많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3점대 평균자책점이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회복하면 수치가 요동칠 수 있다. 매년 프로야구 평균자책점은 전반기보다 후반기 더 좋지 않다. 투수 코치 D는 "시즌 초반이라서 현재의 모습으로 판단하긴 애매할 거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전력 분석원 B는 "경기를 치를수록 평균자책점이 오를 수도 있고 더 내릴 수도 있다.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경기 수가 아직 부족하다"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