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국민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측이 영화 개봉을 기념해 공개한 고길동의 편지가 많은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은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디지털 복원한 작품이다. 한층 선명해진 화질과 다채로운 색감, 원작의 의도를 되살린 화면비로 오늘부터 다시 관객과 만난다. 이처럼 뜨겁고 뜻깊은 재회를 축하하고자 우리들의 영원한 ‘아조씨’ 고길동이 진심 어린 깜짝 메시지를 전해왔다.
“껄껄껄”이라는 호탕한 웃음으로 서두를 연 고길동은 “오랜만이란 말조차 무색할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 어린이들, 모두 그동안 잘 있으셨는지. 제가 고길동을 연기한 지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라며 쏜살같이 흘러간 세월을 되돌아봤다.
이어 “그런데 이제 다들 제 역할을 이해한다면서요?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30여 년 전 쌍문시장에서 어떤 꼬마 녀석이 어묵 꼬챙이로 저를 막 찌르면서 공격하던 일이 생각나네요. 그 녀석도 이제는 저를 이해한다고 할지요? 반가운 웃음과 세월의 섭섭함이 교차합니다”라고 자신을 향한 달라진 평가에 복잡한 마음을 전했다.
덧붙여 그는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은 거부하기엔 값진 것입니다”라며 이제는 고길동의 나이가 된 그때 그 시절 어린이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다독였다.
또한 “지난 봄 얼음별 대모험을 재개봉하게 됐다며 한마디 요청하기에 ‘이제는 우리 사이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관객을 향한 제 작은 바람을 적어 보냈지요. 결국 알고 보니 우리는 더 풀 오해가 없더군요. 이제는 이해하는 사이가 된 우리, 다들 어떠신가? 살아보니 거울 속에 제 표정, 제 얼굴이 비치는지”라며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재치 있는 멘트로 동년배가 된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끝으로 고길동은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 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그럼에도 한마디 남기니 잊지는 마십시오.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이라며 27년 만에 다시 만난 팬들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기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둘리에게는 “둘리야 네가 이제 마흔이라니, 철 좀 들었는지 모르겠구나”라며 “철들지 말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건강하라”는 인사를 덧붙여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