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를 무패(1승 2무)로 마치고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주전 조의 체력을 아끼고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게 호재다.
한국은 2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감비아와 득점 없이 비겼다. 2차전을 마친 후 16강행을 확정한 한국은 무패로 조별리그를 마감, 감비아(2승 1무)에 이어 F조 2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한국은 B조 2위 에콰도르(2승 1패)와 8강행을 두고 격돌한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실리와 성적 두 토끼를 잡았다. 김은중 감독은 선수들의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강성진(FC서울) 등을 제외하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대회 전 훈련 기간이 길지 않았던 김은중호였기에 조직력을 다지는 것도 과제였다.
김은중호는 조직력을 다잡기 위해 첫 경기가 2주도 더 남은 지난 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입성해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일찌감치 적응을 마친 대표팀은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승리를 따냈다. 자신감이 오른 2차전에서는 온두라스에 먼저 2골을 내주고도 2골을 따라붙어 승점 1을 따냈다. 1차 목표였던 16강행을 조기 확정했다.
이는 김은중호에 ‘호재’로 작용했다. 주전 조가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은중 감독은 온두라스전에 나선 이영준(김천 상무) 이승원(강원FC) 김지수(성남FC)를 제외한 7명을 감비아전 선발 명단에서 뺐다. 16강전을 앞두고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주전 조 체력 안배에 성공했고, 후보 선수들의 실전 감각도 끌어올렸다.
김은중호는 조별리그 3경기 4득점, 3실점을 기록하며 공수 균형이 잘 갖춰졌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승원, 이영준, 김용학(포르티모넨세) 박승호(인천 유나이티드)가 각각 1골씩 넣으며 고른 화력을 자랑했다. 김지수를 중심으로 구축한 수비진과 두 수문장 김준홍(김천) 문현호(충남아산)도 든든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다만 온두라스전에서 동점 골을 뽑아낸 박승호가 오른 발목을 다친 것은 아쉬운 요소다.
한국은 16강전에서 에콰도르를 만난다. U-20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에콰도르에 3승 1패로 앞서있다. 특히 지난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에콰도르를 꺾은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정정용 감독이 이끈 U-20 대표팀은 이강인(마요르카)의 패스에 이은 최준(부산 아이파크)의 득점으로 에콰도르를 1-0으로 이기고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에콰도르 U-20 대표팀은 강력한 ‘화력’이 돋보인다. 에콰도르는 미국과 1차전에서 0-1로 졌지만, 슬로바키아(2-1 승) 피지(9-0 승)를 연파하며 B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에콰도르는 현재 대회 최다 득점(11골)팀이다. 문전에서 선수 개개인의 집중력이 탁월하다. 한국을 만나기 직전 3차전에서 9골을 퍼부은 터라 기세가 올라 있다.
에콰도르에서 주목할 선수는 단연 켄드리 파에스(인데펜디엔테 델 바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파에스는 2007년생 신예다. 2003년 1월 1일생부터 출전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 무려 4년이나 월반한 초특급 유망주다. 피지와 3차전에서 결승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회 득점 공동 선두(3골)인 공격수 저스틴 쿠에로(인데펜디엔테 델 바예) 경계해야 한다. 피지컬이 좋고 매서운 골 감각을 자랑한다.
16강행을 이끈 김은중 감독은 “토너먼트에 올라온 팀들은 모두 색깔이 뚜렷한 강팀들이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단판 승부이기에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