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미래로 꼽히던 바비 밀러(24)가 다시 한번 팀의 현재를 사수했다.
다저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 경기에서 6-1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신인 밀러였다. 그는 이날 6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경기 만에 2승을 챙겼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한 건 처음이다.
밀러는 다저스가 갖은 유혹을 견디며 지켜낸 최고 유망주다. 202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입단한 그는 당초 빠른 공을 보유했으나 불안한 제구 탓에 선발 투수보다 불펜이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뛰어난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겸비한 에이스로 성장했다. 데뷔 직전 그의 유망주 랭킹은 MLB닷컴 기준 전체 19위까지 뛰어올랐다.
밀러는 지난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내셔널리그 최고 타선으로 꼽히는 애틀랜타를 상대로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첫 승도 가져갔다. 당시 최고 161.6㎞/h 강속구를 기록했고, 1회 강속구가 공략당하자 재빨리 변화구 중심 레퍼토리로 변신하는 기민함도 보여줬다.
밀러의 활약으로 다저스는 선발진 공백을 일부나마 채울 수 있게 됐다. 훌리오 우리아스가 허벅지 부상으로, 더스틴 메이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마저 모친상 이후 부진하다. 베테랑 노아 신더가드와 또 다른 신인 개빈 스톤이 모두 무너진 위기 상황에서 밀러의 호투는 한 줄기 빛에 가깝다.
다저스가 밀러의 덕을 본 건 성적의 유혹을 참고 또 참아왔기 때문이다. 이미 2021년부터 최고 유망주로 꼽혀 온 밀러는 매년 트레이드 시장에서 다저스의 주요 매물로 꼽혔다. 그러나 다저스는 밀러를 끝까지 지켰고, 후안 소토 등 대형 트레이드 일부를 포기했다. 그 결과 올해 가장 필요할 때 보답받고 있다.
다저스와 정반대 상황에 놓인 팀도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다. 다저스와 달리 샌디에이고는 지난여름 소토를 영입하기 위해 팀 내 주요 유망주 대부분을 워싱턴에 내놓았다. 특히 당시 핵심 대가로 내놓았던 이가 바로 영건 맥켄지 고어다. 2017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됐고, 2020년 유망주 랭킹 전체 5위에도 올랐다. '제2의 클레이튼 커쇼'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랐지만, 샌디에이고는 소토 영입을 위해 그를 포기했다.
그렇게 이적한 고어는 워싱턴의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57로 팀의 든든한 한 축이 됐다. 58이닝 동안 탈삼진이 74개에 달할 정도로 구위도 뛰어나다. 빅리그 성적을 밀러와 비교하긴 아직 이르다. 그래도 유망주 시절 밀러 이상이었던 잠재력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다.
고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이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선발 평균자책점 4.40으로 전체 14위에 그치고 있다. 다르빗슈 유(6년 1억 800만 달러)와 연장 계약을 맺는 등 블레이크 스넬-조 머스그로브 등 검증된 베테랑 중심으로 선발진을 구축했으나 흔들리고 있다. 30대 투수들이 주축이라 미래가 불안한데, 미래 자원도 부족하다. 유망주 100위 안에 샌디에이고 투수는 1년 차 고졸 투수 딜런 레스코 한 명이 전부다.
물론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0.928 10홈런을 기록 중인 소토는 팀의 기둥이다. 다른 선수들이 부진한 가운데 소토마저 없었다면 샌디에이고는 더 크게 무너졌을 거다. 다만 소토와 샌디에이고의 계약은 내년까지다.
고어와 미래 대신 소토와 현재에 집중하기로 한 샌디에이고는 24승 29패로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다. 소토 대신 밀러와 미래를 함께하기로 한 다저스는 33승 2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내셔널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