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조언 덕분일까. 이용준(21·NC 다이노스)이 투구 레퍼토리를 바꿔 '반등' 조짐을 보였다.
이용준은 3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4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점) 했다. 사사구가 많았지만, 실점을 최소화했다. 감독의 조언대로 체인지업이 아닌 슬라이더 비율을 높여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는데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초반 활약을 이어가던 이용준은 최근 부진했다. 지난 19일 삼성 라이온즈전 3과 3분의 2이닝 5실점,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2이닝 3피안타 3실점 조기 강판당했다. 두 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됐고 1.53이던 평균자책점이 3.09까지 치솟았다. 강인권 감독이 꼽은 부진 이유는 투구 레퍼토리였다. 강 감독은 "본인이 가장 잘 던지는 건 슬라이더하고 패스트볼, 커브 구종인데 며칠 동안 체인지업 위주로 계속 투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용준의 롯데전 전체 투구 수(54개) 대비 체인지업 비율은 30%(16개). 주 무기 슬라이더(7개)보다 더 섞었는데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두산전에선 반대로 슬라이더 비중을 크게 올렸다. 전체 투구 수 105개 중 슬라이더 비율이 32.4%로 직구(59개, 56.2%) 다음으로 높았다. 체인지업과 커브는 각각 5개와 7개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사실상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두산 타자를 상대한 셈이다.
1회 초 1사 1·2루 위기를 넘긴 이용준은 2회 초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탈삼진 2개 포함 깔끔하게 처리했다. 3회 초에는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은 유격수 송구 실책, 후속 조수행은 1루수 포구 실책으로 모두 출루했다. 이어 양의지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용준은 김재환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결정구는 슬라이더. 3루 주자 정수빈이 득점했지만, 대량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아쉬움이 남는 건 1-1로 맞선 5회 초였다. 2사 후 양의지의 2루타와 감재환의 볼넷에 이어 양석환의 우전 적시타로 다시 1-2로 끌려갔다. 허경민의 볼넷으로 연결된 2사 만루에서 박계범을 헛스윙 삼진 처리, 추가 실점 없이 막은 게 다행이었다. 강인권 감독은 1-2로 뒤진 6회 불펜을 가동, 조민석을 마운드에 세웠다. 이용준의 투구 수 105개.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종전 103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