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홈런 두 방을 앞세워 승리했지만, 이날 두산의 키는 어디까지나 마운드였다. 선발도 불펜도 구멍이 난 채 맞이한 경기였다. 선발진에서는 딜런 파일-곽빈-최원준이 이탈했고, 불펜은 정철원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에 따른 자숙 차원으로 2군에 내려갔다.
선발 구멍은 장원준이 채웠다.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다만 정철원의 빈자리를 채울 정도의 호투는 아니었다.박치국이 1과 3분의 2이닝으로 바로 뒤를 막았지만, 누군가 마무리 홍건희가 등판하기 전인 8회를 막아야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선택은 이영하(26)였다. 이영하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건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5일 항소했지만, 1군 기용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당일 구단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1일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등판해 복귀전을 치렀고, 1군에 올라와 3일과 4일 수원 KT 위즈전에 등판했다.
이 감독은 6일 경기에 앞서 "괜찮은 것 같다. 지난 9월부터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며 "이제 연투를 시작했다. 팀 사정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잘 마쳤다. 분명 4일 경기에서는 힘이 조금 떨어졌을 거다. 상태를 체크했는데 오늘은 큰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지 않을까"라고 예고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6일 경기 셋업맨은 이영하였다. 8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노시환에게 안타 하나를 내줬지만 삼진 2개를 포함해 나머지 세 타자를 모두 잡아냈다.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 등 구종 활용도 다양했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9㎞를 찍었다. 9회 이영하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홍건희가 세이브를 기록했고, 이영하에게도 홀드 1개가 추가됐다. 무려 588일 만에 거둔 홀드다.
이영하의 합류로 두산은 위태로웠던 불펜진의 중심을 다시 잡고 갈 수 있게 됐다. 다만 선발 복귀는 없다. 2019년 17승을 기록하는 등 이영하는 선발로도 활용 가능한 카드다. 최근 3시즌 동안 불펜으로 활약했지만, 모두 선발로 실패한 후 옮겨 만든 기록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선발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시즌 준비가 늦었던 만큼 불펜으로만 기용한다. 이승엽 감독은 선발 기용에 대해 묻자 "(가능성은) 없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