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로드 투 카타르’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7개월간 치열한 내부 경쟁이 예상된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12일부터 부산 사직운동장에 집결해 6월 A매치 2연전(페루·엘살바도르) 대비 첫 훈련을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이번에) 선수들의 의지와 열정을 볼 예정이다. 얼마나 카타르에 가고 싶어 하는지, 그라운드에서 스스로 증명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3월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석 달간 국내외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한 후 6월 2연전 명단을 꾸렸다. 클린스만호 ‘진짜 1기’가 탄생한 셈이다.
이번 소집부터 당장 7개월 뒤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비 태세에 돌입한다.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에게는 2연전과 앞으로 있을 A매치 일정이 일종의 오디션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눈에 들어야 카타르로 향할 수 있다.
석 달 전과 비교해 6월 명단은 변화가 크다. 수비의 핵인 김민재(나폴리)가 기초군사훈련 탓에 빠졌고, 센터백 김영권(울산 현대)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 백승호(전북 현대) 등 기존 자원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홍현석(KAA 헨트) 원두재(김천 상무) 정승현(울산)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등이 새로 합류했다. 특히 이번에 발탁된 수비수들에게는 큰 기회다. 지난 3월 김진수(전북)의 허리 부상으로 대체 발탁된 설영우(울산)를 포함해 6월 수비진 명단 8명 중 6명이 새 얼굴이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체제에서는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전북)이 주전 멤버였다. 이번 대표팀 새내기들이 경쟁력을 보인다면 지각 변동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앙 수비 라인은 당분간 김민재와 김영권 조합으로 갈 공산이 크지만, 남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을 모았던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변화가 없었다. K리그1 득점 1위를 질주 중인 주민규(울산·10골)가 이번에도 외면받았고, 황의조(FC서울) 조규성(전북) 오현규(셀틱)가 또 한 번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애초 공격수 셋의 경쟁에서는 스코틀랜드 무대에 연착륙한 오현규가 앞서는 모양새였다. 그 사이 황의조와 조규성은 K리그에서 침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팀 소집 직전, 황의조와 조규성이 나란히 골 맛을 보며 뜨거운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대표팀 공격을 이끌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에겐 변수가 생겼다. 그가 지난달 말 스포츠 탈장 수술을 한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손흥민은 지난 5월 영국 현지에서 가벼운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았다. 선수 본인은 출전 의지가 가득하지만, 출전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12~13일 훈련 프로그램에 정상적으로 참가했으나, 일부 훈련에선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친 수문장 김승규(알 샤밥)와 조현우(울산) 중 누가 클린스만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관전 요소다. 둘은 3월 A매치 2경기에서 각각 1경기씩 한국 골문을 지켰다.
카타르행을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나와 코치진 그리고 팬들에게 선수들이 카타르에 가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 투혼을 보여주는지가 이번 2연전에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는 16일 페루(부산) 20일 엘살바도르(대전)와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