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을 앞두고 '수출 말소' 처리된 중고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말소는 수출을 준비하는 차량이 국내에서 더 운행되지 않도록 하는 절차다.
16일 사단법인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출 말소된 차량은 33만8837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보다 631대 늘어난 것이다. 1992년 통계 집계 시작 이래 30년 만에 최대치다. 2020년 이전까지 가장 많았던 2012년(31만1000여대)보다 8%가량 증가한 수치다.
연간 수출 말소 차량은 1992년 3177대에서 1995년 2만1000여대, 1998년 8만7000여대로 대체로 꾸준히 늘어났다. 2001년 11만대로 처음 10만대를 넘었다. 2004년 '이라크 특수'로 27만대로 반짝 급증한 뒤 2011년까지 10만대 중반∼20만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2012년 중동시장 호황으로 처음 30만대를 넘긴 이후 2015년 18만1000여대까지 다시 줄었다가 2018년 26만8000여대, 2019년 18만1000여대 등으로 오르내렸다. 2020년 27만8000여대를 기록한 뒤에는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 말소된 중고차 중 승용차는 29만4000여대(87%)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였다. 승합차는 1만3000여대(3.9%), 화물·특수차는 3만1000여대(9.2%)를 차지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수출 말소 차량을 차종별로 분석한 결과, 국산차는 현대차의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순으로 많았다. 수입차는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이 상위권이었다. 전기차 중에서는 현대차 코나, 아이오닉, 기아 니로 등이 다수였다.
올해에도 수출 말소 처리된 중고차는 늘어나는 추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통계 수출 말소된 차량은 19만5천410대로,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지난해 기록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래 사용한 중고차도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인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고금리와 구매 심리 위축으로 중고차 시장이 좋지 않은 점도 수출 말소 증가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이가현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과장은 "과거보다 차량 내구연한은 증가했으나 실제 차량 사용 연수는 그만큼 늘지 않아서 연식이 오래된 차를 폐차하는 것보다는 수출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