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말소했다. 지난 경기에서 있었던 오승환의 분노가 말소의 이유였다.
오승환은 지난 1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8회 구원 등판했으나, 연속 안타와 희생번트를 내주고 세 타자만 상대한 뒤 강판됐다. 오승환이 던진 공은 단 7개였지만, 삼성은 빠르게 불펜을 가동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오승환은 교체 지시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 온 정현욱 투수코치에게 공을 주지 않고 텅 빈 관중석 방향으로 공을 던져 불만을 표출했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뒤에는 글러브를 바닥에 패대기친 뒤 발로 차는 등 격한 모습까지 보였다.
‘돌부처’라 불리는 그의 별명답지 않은 모습. 이튿날(17일) 박진만 삼성 감독은 “우리는 단기전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장기 레이스를 하고 있다. (화를) 표출하는 것에 대해 고참으로서 다시 한 번 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루 뒤인 18일엔 1군에서 말소됐다. 불펜 최하위(평균자책점 5.17)의 삼성으로선 가장 믿음직한 카드를 내려보내는 큰 결단을 내렸다. 이에 박진만 감독은 “마음을 좀 추스르라는 의미에서 오승환을 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오승환과 어제 개인적으로 면담을 했다. 지금 팀 분위기가 다운돼 있는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대해 본인도 인지했다.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왔다고 하더라”면서 “잘 안 풀리다 보니 그렇게 표현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행동이었다. 퓨처스에서 마음을 잘 추스르고 돌아오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7구 승부만 하고 강판된 것에 대해 박 감독은 “원래 세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상대 앤서니 알포드가 오승환에게 강해서 좌완 이승현을 준비시키고 있었다”라면서 “(오승환이) 완벽하게 막고 내려오고 싶었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교체됐다”면서 아쉬워 했다.
당분간 삼성의 마무리는 좌완 이승현이 맡는다. 오승환의 정확한 복귀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이 올라오면 타순을 보고 좌완 이승현과 번갈아 마무리에 기용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