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동안 완벽하게 부활했던 베테랑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이 무너졌다. KBO리그 최고 강타선 앞에서 4일 휴식한 베테랑이 버티긴 어려웠다.
장원준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1과 3분의 1이닝 7피안타 2탈삼진 7실점(6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원준의 이날 총 실점은 7점, 자책점도 6점에 달했다. 지난 세 경기 그를 도왔던 '마법의' 투심 패스트볼은 최고 140㎞로 이전과 비슷했다. 그러나 수비가 이전과 다르게 불안했고, 상대도 이전과 달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타율 0.278을 기록한 LG는 장원준이 만났던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등과 파괴력이 전혀 달랐다.
장원준은 앞서 등판한 올 시즌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한 바 있다. 2018년 마지막 승리 후 5년 만에 지난 5월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개인 통산 130승을 챙겼다. 이어 6월 두 경기에 나서 5와 3분의 1이닝 1실점,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선발진 공백이 커졌던 두산에 보물 같은 호투였다.
3년 차 김동주가 체력 문제로 휴식을 취하고, 새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을 영입한 상황. 두산은 브랜든이 올 때까지 장원준의 힘이 더 필요했다. 이 감독이 지난 13일 등판했던 장원준에게 4일 휴식 후 18일 등판을 맡겼던 이유다. 4일 휴식은 무려 2114일 만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장원준은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회부터 흔들렸다. 장원준의 투구도 압도적이지 못했지만 수비 불안이 컸다. 선두 타자 홍창기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안타를 내준 그는 후속 타자 박해민의 희생 번트 때 포구해 1루로 던졌는데, 베이스 커버 온 2루수 서예일이 이를 포구하지 못했다. 공이 빠진 사이 홍창기는 2루와 3루를 돌아 선취 득점을 기록했다.
장원준은 김현수를 잡고 첫 아웃 카운트를 얻었지만, 다시 일격을 맞았다. 후속 타자 오스틴 딘에게 낮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오스틴이 이를 능숙하게 건져내 좌중간 2루타로 만들어내 1타점을 추가했다.
1회를 2실점으로 간신히 틀어막은 장원준은 결국 2회 무너졌다. 이번엔 외야 수비가 말썽이었다. 선두 타자 문보경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후속 타자 이재원에게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로 구사하다 좌익수 키를 넘기는 대형 2루타를 허용했고, 이어 김민성에게도 좌전 적시타를 내줬다.
여기까진 장원준의 구위 문제였다. 그러나 이후 수비진이 집단 난조에 빠졌다. 장원준은 다음 타자 홍창기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박해민에게 우익수 뜬공성 타구를 유도했다. 그런데 우익수 홍성호가 타구를 놓쳤고, 뜬공은 순식간에 2루타로 둔갑했다. 실점 위기에 장원준은 옛 동료 김현수를 만났고, 결과는 2타점 우중간 2루타였다.
6실점을 기록한 장원준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에도 두산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구원 등판한 이형범은 후속 타자 오스틴에게 중전 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그런데 중견수 정수빈이 이를 다이빙 캐치하다 뒤로 빠뜨리면서 실점이 더해졌다. 장원준의 책임 주자 김현수는 홈을 밟았고, 오스틴도 모든 베이스를 돌아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었다. 책임 주자가 들어오면서 장원준의 자책점도 6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