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팝 아티스트들 중에는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하나의 중요한 마케팅 방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추세가 바뀌었다. 감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필수가 됐다. 그중 아티스트의 개성을 살린 독특한 프로모션은 팬들을 넘어 대중의 이목까지 사로잡고 있다.
조유리는 지난해 10월 컴백을 앞두고 디뮤지엄과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그 중 하나는 컴백일에 맞춰 디뮤지엄에서 진행한 컴백쇼였다. 해당 컴백쇼는 당시 디뮤지엄이 선보인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조망한 ‘어쨌든, 사랑: 로맨틱 데이즈’와 주제가 맞닿아있어 기획됐다.
조유리는 또 디뮤지엄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포 유어 로맨틱 데이즈’(For Your Romantic Days)라는 이름의 모바일 가이드 녹음을 진행하는가 하면 전시회 관람 티켓을 기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조유리 소속사 웨이크원 측은 “디뮤지엄과 함께 한 프로모션이 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조유리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한몫 한 걸로 내부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에이티즈는 아홉 번째 미니 앨범 ‘더 월드 에피소드 2 : 아웃로우’(THE WORLD EP.2 : OUTLAW) 발매 프로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티징 콘텐츠에서 거듭 언급된 청양고추를 실은 트럭을 서울 곳곳에서 운행하는 데 이어 서울 지하철 2호선에 ‘청양고추 칸’을 특설했다. 이를 위해 에이티즈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청양고추가 왔어요” 등의 호객 문구를 따로 녹음했다. 또한 야구장 광고판에 ‘한국인의 매운맛. 청양고추 바이브(VIBE)’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진행했다.
에이티즈 홍중은 이 프로모션과 관련해 지난 15일 쇼케이스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직원들이 힘을 많이 써줬다. 프로모션에 관련한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너무 신선했다. K팝 아이돌이 안 할 것 같은 프로모션이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이티즈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더 월드’ 시리즈가 유기적으로 작전을 펼치는 에이티즈의 모습을 담아낸 앨범인 만큼 팬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에이티즈와 함께 작전을 펼치는 느낌이 들도록 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전 세계가 에이티즈의 작전을 펼치는 무대’라는 기획 의도도 있었고, 타이틀곡 ‘바운시’(BOUNCY)의 부제가 ‘K-핫 칠리 페퍼스’(K-HOT CHILLI PEPPERS)인 만큼 가사에도 ‘청양고추’라는 직관적인 표현이 많이 삽입돼 있어 이를 소재로 에이티즈와 어울리는 위트있고 유쾌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양고추를 활용한 판매 트럭이나 지하철 2호선 특별 차량 운행 등 오프라인 캠페인은 일반 대중에게도 에이티즈에 대한 접근 계기를 마련하며 아티스트 인지도를 높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선례가 됐다”고 밝혔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가수들을 대중에게 보다 빠르게,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독특한 프로모션들을 많이 추진하는 추세”라며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모션은 K팝의 발전에 따라 높아지는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팬들의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돼 해당 아티스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