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페루·엘살바도르로 이어진 6월 A매치 2연전에서 1무 1패에 그쳤다. 페루에 0-1로 졌고, 엘살바도르와는 1-1로 비겼다. 김민재(나폴리) 김영권(울산 현대) 등이 빠지고 손흥민(토트넘)이 스포츠 탈장 여파로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한 ‘변수’들을 고려하더라도 경기력과 결과 모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공격은 결정력에서 큰 아쉬움이 남았고, 수비는 매 경기 실점을 허용했다. 페루전에선 선제골 실점 이후 따라가는 힘이 부족했고, 엘살바도르전에선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 막판 집중력이 무너져 통한의 실점을 허용했다.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이강인(마요르카)이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설영우(울산 현대) 홍현석(KAA 헨트) 등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결국 중요한 결과는 잡진 못했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와 75위의 맞대결이었던 20일 엘살바도르전은 클린스만호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전력 차가 뚜렷했고, 일방적인 홈팬들의 응원 속에서도 황의조(FC서울)의 선제골이 유일한 결실이었다. 이마저도 1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무승부에 그쳤다. 공격과 수비에 걸친 아쉬움이 반복해서 드러난 가운데, 지난 3월 콜롬비아·우루과이와 2연전 무승(1무 1패)에 이어 클린스만호 출범 무승은 4경기로 늘었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같은 평가전 상대들을 모두 완파했다. 엘살바도르를 6-0으로 대파했고, 페루마저 4-1로 제압했다. 한국과 일본은 A매치 평가전 상대가 같을 때가 많아 늘 비교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3월엔 나란히 1무 1패에 그쳤지만, 이번엔 1무1패·1골(한국)과 2승·10골(일본)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 성적표는 격차가 커도 너무 컸다.
클린스만호의 득점력 고민과 달리 일본은 2경기 모두 다양한 루트로 다양한 선수들이 골맛을 봤다. 세트피스로 엘살바도르전 첫 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지공, 역습 등 여러 형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10골을 10명이 만들어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수비는 페루전 막판 실점이 옥에 티였으나 이미 4-0으로 크게 승기가 기운 시점이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다. 일본 입장에서 6월 A매치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과를 이룬 평가전이 됐다.
나란히 16강에 올랐던 지난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사령탑이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과 결별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하면서 새 출발에 나섰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단기적인 목표는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이다. 극과 극인 6월 평가전만 놓고 보면 클린스만호엔 분명한 경고등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