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분들도 너를 믿고, 감독도 코치도 믿기에 마운드에 올리는 거다. 그런데 투수 자신이 자신을 못 믿으면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는 게 의미가 없지 않냐'고 하시더라."
강재민(26·한화 이글스)은 데뷔 첫 2년 동안 '센세이션'한 불펜 투수였다. 구속이 빠른 것도, 구종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는데 신인 시절 1승 2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57, 2년 차 때 2승 1패 5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그 슬라이더를 더 돋보이게 하는 제구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주춤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껴 시즌 준비가 늦어졌고, 결국 시즌 성적이 4승 8패 7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21에 그쳤다. 올 시즌 역시 이전만한 성적이 아니다. 26일 기준 1승 4패 9홀드 평균자책점 4.24에 그쳤다.
장점이었던 제구력이 흔들린 게 컸다. 구위로 압도하지도, 구종이 다양하지도 않으니 실투가 나오면 장타를 허용하기 일쑤였다. 그 과정에서 강재민 본인도 멘털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올 시즌 역시 5월까지 유지했던 3점대 평균자책점이 6월 월간 5.91로 흔들렸다.
그 과정까지도 강재민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2021년 이후 2년 만에 거둔 10홀드는 그 과정에서 기록한 작은 성과다. 27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강재민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하다가 지난해 못하고 올해 다시 해냈다"면서도 "올 시즌 전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매 경기 등판했을 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니 빠르게 홀드를 쌓은 것 같다"고 떠올렸다.
강재민은 "팔꿈치 부상 이후 슬라이더가 수치상으로도 그렇고 변화하는 폭이 작아졌다고 느꼈다.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며 "훈련할 때부터 최대한 투구 밸런스 등에 집중한다. 올 시즌 안 좋았던 경기들을 보면 제구가 흔들리고 볼넷을 많이 준 경기들이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박승민 투수 코치님과 계속 내가 좋았을 때의 투구 폼을 보고 있다"고 했다.
박승민 코치의 존재도 큰 힘이 된다. 선수 시절 사이드암스로 투수였던 박 코치는 강재민이 처음 만나 본 '사이드암스로 출신' 지도자다. 강재민은 "아무래도 내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을 때 도움을 주신다"며 "믿음을 주시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는 거기에 실력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강재민에게 박 코치의 조언에 대해 묻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코치님께서 '팬분들도 너를 믿고, 김독, 코치들도 믿어서 너를 마운드에 올리는 거다. 그런데 투수 자신이 자신을 못 믿으면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는 게 의미가 없지 않냐'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10홀드를 채웠지만, 20홀드 등의 목표는 없다. 강재민은 "올해는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팀이 이기는 중요한 상황에 등판해야 하니 1구 1구를 최대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앞으로도 그렇게 던질 것 같다"며 "선수들도 순위 싸움을 매일 체크한다. 위 팀들과 승차가 적은 것이 동기부여도 된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