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 차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9전 전패를 당했다. 참가한 16개국 중 유일하게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남은 3경기(도미니카 공화국·중국·폴란드)도 이길 가능성이 직아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VNL 전패 수모를 당할 위기다.
한국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 뒤 본격적으로 리빌딩에 나섰다. 주축이었던 김연경·양효진·김수지가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도쿄 올림픽을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의 재계약도 실패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전력 분석 코치를 맡았던 세자르 에르난데스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은 세자르 감독이 부임한 뒤 1년 8개월 동안 치른 26경기에서 25패(1승)를 당했다. 14위였던 세계 랭킹은 28일 기준으로 34위까지 떨어졌다.
불가리아전이 끝난 뒤 만난 대표팀 공격수 강소휘는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많이 나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너무 안일한 자세로 운동한 것 같다.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자책했다.
정작 세자르 감독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국제 무대 트렌드에 적응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미들 블로커(센터)를 활용한 스피드 배구나 허를 찌르는 백어택 시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자르 감독은 “전술에는 문제가 없다. 훈련을 더 많이 하다 보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프랑스 리그 넵튠스 드 낭트 지휘봉도 잡고 있는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5월 중순 진행된 대표팀 합숙을 이끌지 못하고, 1주 차 일정에 맞춰 대회 장소(튀르키예)에 합류했다. 그런 그가 훈련량을 거론하는 건 문제가 있다.
세자르 감독은 이번 대회 총평으로 “브라질·미국·튀르키예전에서 지난해보다 좋아진 공격력을 보여줬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 경험을 많이 한 점도 수확”이라고도 했다.
세자르 감독이 언급한 3경기에서 한국은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계획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불가리아전 2·4세트에서도 승부가 기운 뒤에야 문지윤·김지원 등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들을 투입했다.
대표팀은 오는 9월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C조)을 치른다. 미국·이탈리아 등 강호들이 즐비한 조에서 2위 안에 들어야 본선행 티켓을 딸 수 있다. 아시아 국가끼리 경쟁하던 대륙별 예선은 없어졌다.
세자르 감독은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파리 올림픽에 가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감독은 떠나면 그만이다. 대신 한국 여자 배구는 2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