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수석·타격 코치를 겸임하던 박흥식 코치가 타격 파트만 맡고, 대신 이종운 퓨처스(2군) 감독이 1군 수석 코치로 합류했다. 배영수 1군 메인 투수코치가 퓨처스 총괄 코치, 사실상 퓨처스 감독직을 맡는다. 김현욱 컨디셔닝 코치가 1군 투수 코치를 담당한다.
코치진 보직 변경이 '항명 사태' 때문이라는 루머가 나왔다. 롯데 구단은 "(코치가 감독에게) 항명한 건 아니었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대립이 있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코치진 개편은 선수단 분위기 쇄신 차원이다. 6월 들어 성적이 좋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코치진 화합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항명이든, 의견 대립이든 심각한 갈등 및 분열이 벌어진 건 확실하다. 불과 닷새 만에 두 차례나 코치진을 개편했다. 지난 23일 롯데는 김평호 1루·주루 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대신 나경민 퓨처스 3루·외야 수비 코치를 불러올렸다. 대개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코치진을 개편할 때 한 번에 이뤄진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 퓨처스 감독 등 주요 코치진 이동을 결정하는 건 그만큼 내부 분위기기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최근 원정 구장에서 래리 서튼 롯데 감독과 A코치가 설전을 벌였다. 이 모습을 일부 선수들이 목격했다.
결국 팀 성적 부진 탓이다. 롯데는 6월 초까지 LG 트윈스, SSG 랜더스와 선두 다툼을 벌였다. 개막 첫 달을 1위(0.636)로 마감했고, 5월(0.591)에도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6월 초 이후 6연속 열세 시리즈(1승 2패 또는 3패)로 분위기가 꺾였다. 한때 승패 마진이 +11까지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5할 승률마저 위태롭다.
성적이 잘 나올 때는 이런 갈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순위가 떨어지면 수면 아래 있던 갈등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외부에서 영입해온 인사들이 많다.
문제는 성적이다. 팀 성적에 따라 이런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서튼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다. 또 지난해 한 차례 계약 기간이 만료된 구단 고위층에는 올 시즌 성적이 상당히 중요하다. 급한 마음에 다툼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겸 구단주는 최근 야구장 방문을 늘려가며 야구단에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가을 190억원의 유상증자 역시 신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불가능했다. 롯데 팬들은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현장 응원으로 가장 많은 만원 관중을 달성했다. 롯데가 올스타 '베스트12' 최다 7명이나 배출한 것도 팬들의 열렬한 응원 덕분이다.
그러나 일부 프런트와 코치는 서튼 감독이 늘 강조해 온 '원팀(One Team)'의 모습은 전혀 아닌 듯하다. 그라운드에선 '상대'와 경쟁하고, 현장과 더그아웃에선 '내부'와 맞서 싸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