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는 좋아하는 스타의 브로마이드를 자기 방에 붙여놓는 게 최고의 덕질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피 마르소나 피비 케이츠 사진을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사용하거나 영화 포스터만한 브로마이드를 구해서 책상 위에 붙여두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그러다 뉴키즈 온더 블록이 인기를 끌면서 LP판을 모이기 시작했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CD를 사 모으는 게 최고의 덕질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줄었고, CD의 인기도 시들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CD는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돌 앨범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CD로 음악을 안듣는 Z세대는 왜 아이돌 앨범을 사는 걸까? 그리고 컴백을 앞둔 뉴진스의 앨범을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Z에게 물어봤다.
X재국 : Z세대는 CD로 음악을 안들으면서 왜 아이돌 앨범을 사는 거야?
Z연우 : 가장 큰 이유는 포토카드 때문이에요. 포토카드는 대부분 랜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 최애가 안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최애 포토카드를 뽑는 그 짜릿함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여러번 앨범을 사는 거예요. 또 아이돌 앨범에 있는 포토북 스크랩을 하는 팬들도 많아요. 어차피 매일 앨범을 하나 하나 꺼내서 보는 게 아니니까 제일 예쁜 컷들을 잘라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거예요. 몇몇 아이돌들은 앨범 구성에 시향지를 넣기도 하는데 이것도 팬들이 좋아했던 요소 중 하나예요.
X재국 : 뉴진스 데뷔 앨범 나왔을 때 어떤 굿즈가 인기가 많았지?
Z연우 : 뉴진스의 데뷔 앨범 중에 CD 플레이어 전용 백이 인기가 많았어요. 뉴진스 프로듀서인 민희진 대표가 어린 시절 CD 플레이어를 넣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모티브도 좋았고, 실제 뉴진스 멤버들이 그 가방을 이용한 코디를 인스타 릴스에 올린 영상도 반응이 좋았어요. 이번에 컴백하는 뉴진스의 ‘겟 업’(Get Up) 앨범에서는 뉴진스의 응원봉인 ‘빙키봉’의 토끼 머리 무늬로 된 버니 비치백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버니비치백은 예전 뉴진스백처럼 동그란 모양은 아니지만, CD를 넣고 다닐 수 있는 것 같고 버니비치백을 들고 있는 뉴진스 멤버들 사진을 보면 크록스처럼 무언가를 끼워서 자기가 직접 꾸밀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신박하고, 디자인도 예쁘면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굿즈들이 뉴진스의 굿즈들이라서 팬들이 더 기다리는 것 같아요.
X재국 : 아이돌 굿즈 중에 인기가 많았던 굿즈나 아이디어가 좋았던 MD가 있다면?
Z연우 : 뉴진스의 가방 시리즈 외에 르세라핌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했던 트레이닝복도 인기가 많았어요. 허리 밴드에 써있는 르세라핌 로고가 마치 하나의 브랜드 같아서 좋았고, 르세라핌 팬이 아니더라도 사고 싶게 만들었고, 굳이 예쁜 포토카드를 끼워팔지 않아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만들었어요. 또 에스파의 응원봉은 멤버별로 엠블럼을 따로 끼울 수 있어서 좋고, 그걸로 은근슬쩍 자기의 최애를 알릴 수 있어서 아이디어가 좋았던 것 같아요.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 그 중에서 댄스 가수는 춤도 잘 춰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이 데뷔할 때나 컴백할 때는, 곡도 좋아야 하고, 안무도 멋있어야 하고, 뮤직비디오도 잘 찍어야 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에스엔에스도 잘 운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앨범에 들어가는 사진 콘셉트는 물론 포토카드 한 장 한 장, 최대한 정성을 기울여야 팬들이 감동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덕질을 하게 된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팬서비스 정신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팬들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필요로 하고, 어떤 디테일에서 감동을 받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서비스할 때 K팝의 생명력은 더 길어질 것이다.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