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와 '마커' '볼 마커' 그리고 '피치 마크'. 독자는 이 네 가지 골프 용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용어는 네 가지인데 뜻은 다섯 가지이다. 다섯 가지라는 것까지 안다면 기량이 상당한 골퍼가 틀림 없다. 느닷없이 문제를 왜 내느냐고? 뱁새 김용준 프로도 헷갈려서 틀리게 쓸 때가 있어서다.
용어가 네 개인데 실은 다섯 가지라고 말 한 이유부터 설명하겠다. 마크(Mark)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마크는 공이 있는 자리를 표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두 번째 뜻으로는 공식 대회에서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점수를 기록하는 일을 말한다. 물론 이 두 '마크'는 영어로는 같은 단어이다. 골프 용어일 때 다른 두 가지 뜻으로 쓰는 것이지.
첫 번째 공 있는 자리를 표시한다는 뜻인 마크는 골퍼라면 거의 다 알 것이다. 퍼팅 그린에서 공 뒤에 동전이나 동전 비슷한 것을 놓고 공을 집어 드는 것이 마크니까. 가끔 퍼팅 그린이 아닌 곳에서도 공 놓인 자리를 표시할 때가 있다. 이것까지 안다면 어느덧 중수 반열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언제 그러느냐고? 바로 풀 속에 폭 박힌 공이 내 공인 지 확인할 때이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거나 도움이 되는 내 공을 집어 올려줘야 할 때도 마크를 하고. 공이 나무나 카트 도로를 맞아 혹시 찢어지거나 깨졌을 수 있다면? 마크를 하고 확인할 수 있다. 구제를 받아야 할 때도 공 있는 자리를 마크할 때가 있고. 누가 일러주지 않는데도 마크할 상황이면 알아서 척척 한다면? 이미 상수이다.
'볼 마커'는 이렇게 공이 있는 자리를 표시할 때 쓰는 '장비'이다. 볼 마커도 장비냐고? 엄연히 장비이다. 그래서 규칙이 있다. 나뭇잎이나 자갈 따위로 슬쩍 마크했다고 우기면 안된다. 두께가 너무 두꺼워도 안 되고. 두께가 1인치를 넘어가면 규칙 위반이다. 볼 마커로는 동전을 쓰기도 하고 동전 비슷한 것을 쓰기도 한다. 티로 마크해도 규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다만 퍼팅 그린에서라면 티로 마크하는 짓은 삼가야 한다. 에티켓에 어긋난다. 퍼팅 그린에서 티로 마크한다면 속으로 욕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마크의 두 번째 뜻인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점수를 기록하는 일'은 모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공식 대회 때는 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마크한다. A와 B 그리고 C 세 선수가 플레이를 한다고 치자. A는 B를 마크하고 B는 C를 마크하고 C는 A를 마크하는 식이다. 이렇게 다른 선수를 마크하는 선수를 마커(Marker)라고 부른다. 공식 시합에서는 경기위원회가 마커를 지정해 준다. 선수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면 부정소지가 있으니까 그렇다. 경기위원회가 지정한 마커를 선수끼리 마음대로 바꾸면 실격이다. 프로 대회 때는 익숙한 규칙이라면 굳이 경기위원(심판)을 부르지 않고 자신의 마커(다른 선수)에게 의견을 구하고 처리하기도 한다. 마커에서 "제 공인 지 확인 좀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네, 그러세요"라고 마커가 용인하는 식으로 말이다.
피치 마크(Pitch Mark)는 퍼팅 그린에 공이 떨어지면서 만든 자국을 말한다. 공이 낙하하면 퍼팅 그린이 폭 패이기 마련이다. 피치 마크를 '볼 마크'라고 잘못 말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뱁새 이야기이다. 비슷한 용어를 제대로 짚어보자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피치 마크를 다루는 솜씨를 보면 기량을 알 수 있다. 자기 피치 마크를 찾아 수리한다면 최소한 중수이다. 피치 마크를 수리하면서 공이 얼마나 굴러갔는지도 가늠해 본다면? 상수가 틀림 없다. 아직 기량이 부족한데도 피치 마크를 꼬박꼬박 수리한다면? 머지 않아 고수 반열에 오를 골퍼가 틀림 없다. 흔히 '포크'라고 부르는 피치 마크 수리기를 가지고 다니는 골퍼라면? 조만간 골프에서 ‘일을 낼 것’이라고 장담한다.
꼭 내 피치 마크만 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만든 피치 마크도 수리해 주면 더 멋지다. 수리 방법은 소셜 미디어(SNS)에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피치 마크를 솜씨 좋게 수리하는 골퍼와는 큰 내기를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 틀림 없이 산전수전 다 겪은 골퍼일 테니까. 프로 골프 대회에서 피치 마크를 수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 기량이 뛰어날수록 공이 더 높게 떠서 퍼팅 그린으로 날아오기 마련이다. 더 높은 공이 더 깊은 피치 마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피치 마크가 깊으면 퍼팅을 할 때 걸리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가 나중에 그것을 수리해야 한다. 그러면 플레이 시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피치 마크를 수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코스도 보호해야 하고.
어떤가? 마크에서 갈려 나온 네 가지(실은 다섯 가지) 골프 용어가 명쾌해졌는가? 뱁새도 이제 틀리지 않고 말할 자신이 생겼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