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는 10일 기준으로 타율 0.225 10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여전히 낮지만, 얼마 전까지 그를 둘러싼 비관론이 말끔히 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28일만 해도 그의 타율은 0.192에 불과했다. 퇴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고, 이승엽 두산 감독의 기다림도 서서히 끝나가는 듯했다.
이후 로하스의 9경기 타율은 0.429(28타수 12안타)에 달한다. 단기간이라고 보기 어렵고, 행운의 결과도 아니다. 유의미하게 타석의 질이 좋아졌다. 이 기간 10볼넷으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콘택트 비율이 90%에 타석당 삼진도 5.3%에 불과했다.
무엇이 로하스를 바꿨을까. 이 기간 타구 속도는 평균 136.8㎞/h(스포츠투아이 기준)로 6월 28일 전까지 기록(138.3㎞/h)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이전까지 평균 32도에 달했던 타구 각도가 14.8도까지 떨어졌다. 드넓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무의미하게 떠올라 야수에게 잡혔던 타구들이 생산성 있는 수준으로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타구의 변화는 기술적 조정은 아니다. 대신 볼넷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선구안이 급격히 좋아졌다. 그의 선구안은 시즌 초부터 이승엽 감독의 아쉬움을 샀던 부분이다. 그를 퓨처스(2군)팀에 보내면서까지 재조정하고자 했으나,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타격 폼을 조정하기보다 멘털을 안정시키길 바랐는데 쉽지 않았다.
시간이 더 흐르자 이승엽 감독의 의도대로 로하스가 변하기 시작했다. 로하스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정신적으로 매우 여유로워졌다. 포커스를 기술적인 곳보다 정신적인 곳에 둔 게 잘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1군에서 그의 전담 코치로 붙은 이영수 퓨처스팀 타격 코치의 힘도 크다. 로하스가 퓨처스팀에 내려갔을 때 함께했던 이 코치는 로하스가 1군 복귀 후에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자 그를 돕기 위해 1군으로 올라왔다. 이 시도가 성과로 이어졌다. 로하스는 "이 코치님이 정신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자' '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내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공을 다 치려고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조금씩 해결하고 있다.
로하스가 각성하면서 두산은 외국인 세 명의 기량이 절정인 상태에서 전반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시즌 내내 꾸준히 활약한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와 3경기 평균자책점 0.90의 브랜든 와델이 합류한 선발진은 매우 안정됐다. 6월 24일 브랜든 합류 후 두산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1.99로 독보적 1위(2위 한화 이글스 3.00)다.
로하스가 각성한 6월 29일 이후 9경기 팀 득점은 47개에 달한다. 역시 부상 선수 복귀 효과를 보고 있는 KIA 타이거즈(52점)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남은 건 후반기 페이스 유지다. 로하스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으면서 "이건 야구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그래도 로하스 덕에 이승엽 감독이 전반기를 웃으면서 마무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