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두산은 ‘왕조’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6월 이후 약 5년 만에 10연승을 거뒀다. 구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기도 했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 구단 역대 부임 첫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두산은 시즌 43승 1무 36패를 기록, 이날 한화 이글스에 9-3으로 승리한 NC 다이노스와의 승차(2.5경기)를 유지했다.
두산 10연승의 주역은 최근 가장 뜨거운 타자 박준영이었다. 그는 2-1, 살얼음판 리드를 잡고 있었던 7회 초 양석환이 2루타, 호세 로하스가 볼넷, 박계범이 사구로 출루하며 만든 만루 기회에서 KIA 투수 최지민과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풀카운트에서 들어온 9구째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쳤다. 점수 차를 4로 벌린 두산은 KIA의 추격을 뿌리치고 10연승을 완성했다.
박준영은 두산이 9연승을 거둔 12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0-1로 지고 있던 7회 초 1사 2·3루에서 투수 문승원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익 선상 2루타를 치며 2-1 역전을 이끌었다. 두산은 8회 초, 양의지가 바뀐 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며 1점 더 달아났고, 결국 4-1로 승리했다.
이날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의 타석에서 대주자 조수행을 투입했다. 10연승을 거둔 21일 KIA전에서도 1루 주자 박계범을 조수행으로 바꿨다.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박준영이 치고, 조수행이 들어오는 역전 공식이 만들어졌다.
박준영은 지난 시즌까지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다. NC 다이노스에 입단, 투수로 프로 무대에 올라서려 했지만, 팔꿈치 부상 탓에 야수로 전환했다. 이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박세혁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에서도 다시 한번 어깨 부상을 당해 재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박준영이 두산 10연승의 주역이 됐다. 팀이 한창 연승을 달리던 지난 7일 올 시즌 첫 1군 무대에 출전했고, 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안타, 12일 SSG전에선 결승타, 21일 KIA전에선 쐐기타를 기록했다.
뜨거운 질주에는 서사가 있게 마련이다. 오랜만에 ‘미라클’이라는 팀 수식어를 되찾은 두산, 그리고 무명 선수에서 팀 상승세 주축 동력으로 올라선 박준영. 2023년 여름 야구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