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KBO리그 출범 후 가장 뇌리에 남는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이다.
KBO리그 최다인 381세이브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돌직구'라고 불릴 만큼, 그의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와 회전력은 최고였다. 과거 김용수,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나 성적과 위압감 등을 종합하면 오승환이 단연 으뜸이다.
투수로는 현역 최고령인 오승환도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올 시즌 2승 3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65로 부진하다. 그러나 오승환은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셋업맨과 마무리 역할까지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선동열(통산 평균자책점 1.20)과 송진우(통산 최다승·210승)도 KBO리그 최고 우완, 좌완 투수로 각각 132세이브, 103세이브를 올렸으나 전문 마무리 투수는 아니었다.
최근 KBO리그 마무리 투수를 보면 하나같이 불안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
과거 마무리 투수들은 구위, 제구, 체력이 모두 뛰어났다. 김용수는 포심 패스트볼(포심), 투심 패스트볼(투심), 슬라이더 세 구종을 던졌다. 이상훈은 포심과 슬라이더, 구대성은 다양한 구종으로 승부했다. 오승환은 포심과 슬라이더 투 피치에 가깝지만, 투구 회전력이 워낙 좋고 공이 묵직했다.
이들은 모두 구위와 제구력을 활용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유리하게 승부를 펼쳤다. 또한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7~8회에 등판하는 경우도 잦았다.
요즘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 이닝, 9회를 깔끔하게 막는 투수가 별로 없다.
특히 포크볼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검지와 중지를 최대한 벌려 잡는 포크볼은 자유자재로 제구하기 어려운 구종이다. 몸쪽이나 바깥쪽 코너워크가 까다롭다. 자칫 투구가 한가운데로 몰려 얻어 맞을 수 있다. 포크볼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해야 효과가 가장 좋은데 타자가 속지 않으면 볼이 늘어난다.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마무리 투수의 포크볼 구사 비율이 40~50%대에 이르기도 한다. 포크볼에 의존하다 보니 볼을 남발한다. 자연스럽게 이닝 당 투구 수가 늘어나고, 그들의 책임 이닝은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클로저는 LG 트윈스 고우석이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만난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가 고우석을 가리키며 "감독님, 우석이는 커터(컷 패스트볼)가 좋습니다. 그래서 공략하기 힘듭니다"라고 하더라. 고우석은 포크볼을 던지지 않는다.
일본 투수들도 포크볼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선 마무리 투수가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더라. 체인지업 구사가 어려우면, 투심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마무리 투수 중에는 몸쪽으로 투심을 던지는 투수가 거의 없다.
오른손 투수가 투심을 던지면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살짝 휜다. 때문에 투심은 병살타를 유도하기 쉬운 구종이다. 마무리 투수의 빠른 공에 대처하려는 타자를 현혹하기 쉽다. 포크볼이 구속이나 상하 움직임을 통해 배트를 끌어내면 좋지만, 볼을 남발하기 일쑤다. 투심 승부를 하면 타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포심과 포크볼로 이뤄진 투 피치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더 과감한 승부, 정교한 제구를 자랑하는 든든한 마무리 투수가 늘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