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지난 2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부산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정후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왼 발목 부상 탓이다. 이정후가 1군에서 빠진 건 옆구리를 다쳤던 2021년 8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정후는 지난 22일 롯데전에서 3번 타자·중견수로 출전, 3타수 3안타·1타점·1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그는 8회 말 롯데 선두 타자 김민석의 중전 안타 타구를 처리한 뒤 후속 타자 윤동희 타석 때 벤치를 향해 손짓을 했다. 왼발을 절뚝거리며 상태를 확인하던 이정후는 결국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키움은 이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8연패를 끊었다. 하지만 간판타자의 부상에 웃을 수 없었다.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키움 다른 간판타자 김혜성도 “병원에 가봐야 알겠지만 (이)정후의 부상이 가벼운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우려를 전했다.
결국 이정후는 이튿날(23일) 정밀 검진을 위해 서울로 이동하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김민석의 타구를 잡기 위해 스타트하는 과정에서 발목에 이상을 느꼈다고 하더라. 평소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잘 내색하지 않는 선수여서 더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악재가 겹치고 있다. 전반기 막판 키움의 베테랑 셋업맨 원종현이 오른쪽 굴곡근 부분 손상 진단을 받고 이탈했다. 장타로 공격에 힘을 보탰던 내야수 임지열은 12일 KT 위즈전에서 사구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정후의 부상은 더 치명적이다. 그는 지난 시즌(2022)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리그 대표 타자다. 올 시즌도 초반 타격 부진을 딛고 타율을 0.319(22일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키움 공격은 이정후와 2루수 김혜성 듀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4번을 맡았던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이 왼쪽 손목 부상으로 이탈한 뒤엔 더 그랬다. 최근 8연패를 당하는 동안에도 이정후와 김혜성은 2번과 3번 타자로 나서 각각 타율 0.308, 0.294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지만, 다른 타자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키움은 오른쪽 손등 부상으로 5월 초 이탈했던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를 긴급하게 콜업했다. 원래 퓨처스(2군)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시간을 주려고 했지만, 이정후가 이탈하며 그럴 여유가 없어졌다. 이정후가 맡던 3번 타자·중견수는 방출된 러셀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로니 도슨이 맡는다. 도슨은 22일 롯데전 1회 초 타석에서 선취 적시타를 쳤다.
부상 악령에 시달리는 키움이 돌파구를 찾아 왔다. 그러나 이정후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