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는 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시즌 15승(3패)째를 수확했다. 11승을 기록 중인 다승 2위 그룹(웨스 벤자민·아담 플럿코)과의 격차를 4승으로 벌린 그는 2015년 에릭 해커 이후 8년 만이자 NC 구단 역사상 두 번째 다승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승수만큼 인상적인 건 페이스다. 시즌 19번째 등판 만에 15승을 따낸 페디는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라이온즈)이 달성한 KBO리그 역대 최소 경기 15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해 김일융은 선발로 10승, 불펜으로 5승을 더해 15승 고지를 밟았다. 페디는 선발로만 15승을 채웠다는 점에서 '순도'가 더 높다.
그뿐만 아니라 페디는 20경기 만에 15승을 해낸 '불사조' 박철순(1982년·당시 OB 베어스) '너구리' 장명부(1983년·당시 삼미 슈퍼스타즈) 등을 모두 뛰어넘었다. 박철순은 1982년 22연승, 장명부는 1983년 시즌 30승을 거둔 프로야구 전설. 페디의 활약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작정 승운만 따른 것도 아니다. 페디의 평균자책점은 1.97로 규정이닝을 채운 21명의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다. 지난 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이닝 5실점 한 페디는 평균자책점이 1.74에서 2.10으로 껑충 뛰었다. 체력 소모가 꾸준히 누적된 만큼 페이스가 꺾이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강인권 NC 감독은 SSG전에 앞서 '페디의 모습은 일시적 부진'이라는 의견을 냈다. 강 감독은 "(롯데전에서) 체인지업 그립이 조금 달라진 게 보이더라. 그 부분을 수정한 상태"라며 "손가락에 살짝 물집 증상이 생기면서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변형이 됐는데 불펜 피칭 때 다시 수정했다"고 말했다. 페디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7이닝 무실점 쾌투했다. 최고 154㎞/h까지 찍힌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SSG 에이스 김광현(6이닝 1실점)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시즌 20승도 노려볼 만하다. KBO리그 시즌 20승은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가 마지막이다. 알칸타라가 역대 21번째 대기록을 수립한 뒤 명맥이 끊겼는데 페디는 더 나아가 2007년 다니엘 리오스·2016년 더스틴 니퍼트(이상 당시 두산)가 세운 외국인 투수 시즌 최다승 기록(22승) 경신까지 노려볼 만하다.
페디는 "(1점대 평균자책점은) 당연히 욕심난다. 1점대를 유지하고 싶다"며 "매 순간 노력하면서 지내왔다. 사실 롯데 경기에서 봤던 것처럼 투수는 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20승보다 16승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