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의식하고 있진 않다. 그저 오늘 경기를 최대한 승리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나름의 빅 매치다. KBO리그 역대급 트레이드의 주인공 최원태(LG 트윈스)와 이주형(키움 히어로즈)이 이적 후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이주형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3 KBO리그 LG와 맞대결에서 6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한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에 2차 2라운드 13순위로 입단했던 이주형은 대형 유망주로 꼽히고도 LG 시절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적 전까지는 2021년 14경기 타율 0.125, 올해 18경기 타율 0.261이 전부였다. 홍창기, 김현수, 박해민, 문성주 등 탄탄한 LG 외야진을 좀처럼 뚫을 수 없었다. 퓨처스(2군)리그 통산 타율 0.335 출루율 0.454 장타율 0.561을 기록한 특급 유망주여도 1군에 뿌리내리기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29일 키움으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잡고 있다. 당시 키움은 팀의 2선발 최원태를 LG에 넘기고 이주형과 함께 투수 김동규,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반대 급부로 받았다. 어느 팀에 가도 주축 선수가 될 수 있는 이주형에 1라운드 지명권을 받은 블록버스터 트레이드. 그만큼 최원태의 가치도, 이주형의 가치도 높다는 걸 증명한 이적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적 후 약 2주가 지나서야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미 이주형은 앞서 LG전에 나섰고, 전날(11일) 경기를 포함해 4경기에서 타율 0.333(15타수 5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 1개, 2루타 1개로 키움팬들은 물론 친정팀 팬들에게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주형과 달리 LG는 최원태의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했고, 두 바퀴가 돈 다음에야 친정팀과 최원태가 만나게 됐다.
12일 경기 전 본지와 만난 이주형은 "(최원태 선배와 대결이라고) 크게 의식하고 있진 않다. 그저 경기를 최대한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전했다.
이적 후 빠르게 자리잡는 이주형의 모습은 LG 선배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주형은 "LG 선배들께서도 '네가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해주셨다. 대부분 '풀타임이 처음이니 부상 조심해라.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신다"고 전했다.
이주형은 "1군에서는 일주일에 6경기를 하니 하루하루 결과도 다르고 컨디션도 다르다. 그래서 꾸준히 루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고, 지근 내 루틴을 지키는 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저녁 경기 후 밤 늦게 잠드는 일정이 힘든 선수도 있다. 이주형은 반대다. 그는 "2군은 오후에 시합이 있어 경기 끝나고도 훈련이 있다. 체력적으로는 2군이 오히려 더 힘들었고, 1군에서는 실전에 컨디션을 맞추는 게 우선이라 체력은 더 유지되는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주형은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구장과 상관없이 2루타성 타구를 쳐낼 줄 아는 중장거리 갭 히터에 가깝다. 홈런보다는 콘택트와 스피드로 승부하는 키움에도 참고할 선배들이 많다.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이정후, 그리고 올해 역시 리그 최상급 타자로 성장한 김혜성이 그렇다. 대체 외인으로 합류해 18경기서 타율 0.348(2루타 3개, 홈런 3개)을 치는 로니 도슨 역시 마찬가지다.
이주형은 "정후 형은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도슨이나 혜성 형께 타격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따라하고 있다"며 "루틴이나 타격관에 대해 많이 배우는 중"이라며 "혜성 형께 '1군에서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고, 다양한 구종이 있으니 너무 한 방향으로만 치려 하면 안 된다. 왼쪽으로 밀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다양한 구종을 공략할 수 있고 타율도 높아진다'고 배웠다. 스프레이 히팅을 하려면 타격을 면으로 쳐야 한다. 그래서 배팅 훈련 때부터 왼쪽으로 보내도록 면을 만드는 스윙을 가져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