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상승세가 식질 않는다. 사령탑은 대역전승이 팀의 '기세'를 살려냈다고 돌아봤다.
KT는 14일 기준 53승 2무 45패(승률 0.541)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5월 초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팀이 여름 동안 빠르게 치고 올라오더니 어느덧 상위권 팀들을 넘보는 중이다. 기세가 올랐던 만큼 빨리 식을 수 있는 법인데, KT는 다르다. 최근 10경기 성적이 8승 2패로 선두 LG 트윈스와 함께 현재 페이스도 가장 좋다. 연승도 나오지만 연패도 없다. 마지막으로 연패를 기록한 게 지난달 7~8일 KIA 타이거즈전이다.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가 12-6으로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이 승리 세리머니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특히 패배 흐름으로 흘러가던 경기를 잡을 때 팀이 기세를 이어가곤 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 9일 수원 한화전이다. KT 선발 엄상백이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는 등 1-5로 초반 기세를 완전히 내줬다. 팀이 한화 노시환에게만 이날 홈런을 3개나 허용하는 등 분위기가 위태했으나 끝내 이겼다. 4회 말부터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맹추격하더니 5회에만 6득점하는 '마법'으로 끝내 12-6 대역전승을 이뤄냈다.
질 경기를 이긴 덕분일까. KT는 주말 NC 다이노스와 3연전도 위닝 시리즈로 마쳤다. 첫 경기는 내줬으나 12일 한 점 차 승리를 거둔 후 13일에는 NC 에이스 에릭 페디를 상대로 4-0 완승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은 대역전승이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고 봤다.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한화와 1-5 경기를 뒤집은 게 큰 것 같다. 아니었으면 NC 3연전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 경기를 생각지도 못하게 역전했다. 홈런 4개를 맞고도 이겼다. 그 경기가 큰 것 같다"고 떠올렸다.
차곡차곡 쫓은 끝에 2위 SSG 랜더스와 승차가 3경기. 선두 탈환까진 몰라도 2위 쟁탈전 정도는 시도할만 하다. 이강철 감독은 "아직 고개가 안 올라간다. 밑에 있다가 왔더니 얼마나 떨어질지 생각만 난다"며 "그래도 이제는 이번 주를 잘 버티고, 다음 주를 잘 버티면 위를 볼 수도 있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 감독은 이어 "선수들은 아마 2위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쿠에바스. KT 제공
한편 이날 선발 매치업은 KT 윌리엄 쿠에바스와 두산 라울 알칸타라. 모두 이 감독이 KT 감독으로 막 부임했을 때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원투 펀치다. 쿠에바스는 그후에도 KT에 남아 2022년까지 뛰었고, 지난 2021년에는 창단 첫 통합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됐으나 올해 친정팀에 대체 외국인 투수로 돌아와 9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 중이다.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반면 1년만 뛰고 재계약하지 못했던 알칸타라는 이듬해 두산으로 건너가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그해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이후 한신 타이거스를 거쳐 올 시즌 두산으로 돌아와 1승 5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 중이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한테 너무 잘 던진다. 우리가 재계약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 얼굴도 진지하고 100구 이상 던져도 또 던진다고 하더라"고 웃으면서 "내가 처음 감독되어 쓰던 두 사람이 붙는다. 생각해보니 재밌는 일"이라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