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상승세가 식질 않는다. 사령탑은 대역전승이 팀의 '기세'를 살려냈다고 돌아봤다.
KT는 14일 기준 53승 2무 45패(승률 0.541)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5월 초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팀이 여름 동안 빠르게 치고 올라오더니 어느덧 상위권 팀들을 넘보는 중이다. 기세가 올랐던 만큼 빨리 식을 수 있는 법인데, KT는 다르다. 최근 10경기 성적이 8승 2패로 선두 LG 트윈스와 함께 현재 페이스도 가장 좋다. 연승도 나오지만 연패도 없다. 마지막으로 연패를 기록한 게 지난달 7~8일 KIA 타이거즈전이다.
특히 패배 흐름으로 흘러가던 경기를 잡을 때 팀이 기세를 이어가곤 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 9일 수원 한화전이다. KT 선발 엄상백이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는 등 1-5로 초반 기세를 완전히 내줬다. 팀이 한화 노시환에게만 이날 홈런을 3개나 허용하는 등 분위기가 위태했으나 끝내 이겼다. 4회 말부터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맹추격하더니 5회에만 6득점하는 '마법'으로 끝내 12-6 대역전승을 이뤄냈다.
질 경기를 이긴 덕분일까. KT는 주말 NC 다이노스와 3연전도 위닝 시리즈로 마쳤다. 첫 경기는 내줬으나 12일 한 점 차 승리를 거둔 후 13일에는 NC 에이스 에릭 페디를 상대로 4-0 완승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은 대역전승이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고 봤다.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한화와 1-5 경기를 뒤집은 게 큰 것 같다. 아니었으면 NC 3연전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 경기를 생각지도 못하게 역전했다. 홈런 4개를 맞고도 이겼다. 그 경기가 큰 것 같다"고 떠올렸다.
차곡차곡 쫓은 끝에 2위 SSG 랜더스와 승차가 3경기. 선두 탈환까진 몰라도 2위 쟁탈전 정도는 시도할만 하다. 이강철 감독은 "아직 고개가 안 올라간다. 밑에 있다가 왔더니 얼마나 떨어질지 생각만 난다"며 "그래도 이제는 이번 주를 잘 버티고, 다음 주를 잘 버티면 위를 볼 수도 있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 감독은 이어 "선수들은 아마 2위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선발 매치업은 KT 윌리엄 쿠에바스와 두산 라울 알칸타라. 모두 이 감독이 KT 감독으로 막 부임했을 때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원투 펀치다. 쿠에바스는 그후에도 KT에 남아 2022년까지 뛰었고, 지난 2021년에는 창단 첫 통합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됐으나 올해 친정팀에 대체 외국인 투수로 돌아와 9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 중이다.
반면 1년만 뛰고 재계약하지 못했던 알칸타라는 이듬해 두산으로 건너가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그해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이후 한신 타이거스를 거쳐 올 시즌 두산으로 돌아와 1승 5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 중이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한테 너무 잘 던진다. 우리가 재계약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 얼굴도 진지하고 100구 이상 던져도 또 던진다고 하더라"고 웃으면서 "내가 처음 감독되어 쓰던 두 사람이 붙는다. 생각해보니 재밌는 일"이라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