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김하성의 활약이 놀라운 건 그의 낮은 연봉도 한몫한다. 스포츠 연봉 전문 사이트 스포트랙에 따르면 김하성의 올해 연봉은 700만 달러(92억원)다. 이는 메이저리그(MLB) 공동 211위. 2루수로 범위를 좁히면 아지 알비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함께 공동 8위다. MLB 2루수 중 연봉 1·2위는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커스 시미언(텍사스 레인저스)으로 각각 2900만 달러(382억원)와 2600만 달러(342억원)를 받는다.
김하성의 가성비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수치에 그대로 드러난다. WAR은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안겼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높은 수록 좋다. MLB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4일(한국시간) 기준 김하성의 WAR은 5.9로 내셔널리그(NL) 1위다. 최근 6년 만에 MLB 시즌 50도루를 달성한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의 WAR이 5.9로 동률이지만 소수점에서 앞선다. 현재 아쿠나 주니어는 MLB 역사상 1988년 호세 칸세코,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만이 달성한 40(홈런)-40(도루)에 도전 중인 NL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그의 올해 연봉은 1700만 달러(224억원)로 김하성의 두 배 이상이다.
MLB에서 김하성보다 WAR이 높은 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뿐이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뛰는 오타니의 WAR은 9.2. 한 가지 역할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선수' 중에선 김하성의 WAR이 가장 돋보인다. WAR 상위 10위에 포함한 선수 중 연봉이 1000만 달러(132억원) 이하인 건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레이스·WAR 5.4)와 김하성밖에 없다. MLB에서 1WAR의 가치를 연봉 700만~800만 달러(92억~105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걸 고려하면 김하성의 환산 가치는 4000만 달러(525억원)에 이른다. 김하성은 시즌 113경기에 출전, 타율 0.286(381타수 109안타) 15홈런 42타점을 기록 중이다.
팀 사정상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선수단 총연봉이 2억4000만 달러(3161억원)를 훌쩍 넘는다.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에 이어 세 번째로 선수단 연봉이 높다. 특히 2000만 달러(264억원) 이상 수령하는 고액 연봉자만 4명(잰더 보가츠·다르빗슈 유·후안 소토·조 머스그로브)이다. '저연봉 고효율' 김하성은 선수단 운영에 유연성을 더한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지난 9일 MVP 모의 투표 결과를 공개하며 김하성의 득표 소식을 함께 전했다. 아쿠나 주니어가 압도적인 득표로 NL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프레디 프리먼과 무키 베츠(이상 LA 다저스) 맷 올슨(애틀랜타) 등이 뒤를 이었다. 김하성은 4할 타율에 도전 중인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말린스) 등과 함께 '득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가치를 인정받았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달라졌다. 지역지인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최근 '김하성은 모든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