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서 재기를 꿈꾸던 '112승 투수' 차우찬(36)이 유니폼을 벗고 은퇴한다.
롯데는 17일 "차우찬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해지를 요청했다"고 알렸다.
차우찬은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후 롯데에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했지만 결국 부상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열심히 했는데 공을 던지고 나서 회복 기간이 줄지 않더라. 어쩔 수 없이 은퇴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차우찬은 내구성이 뛰어난 투수였다. 선발 투수로만 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 시즌 150이닝 이상을 던졌다. 그러나 2020년부터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LG 소속이던 2020년 전반기 종료 후 어깨 통증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후 재활 과정에서 통증이 재발해 훈련 단계가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차우찬은 2021년 5월 초 복귀해 석 달 동안 5승 5패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도 뽑혔다. 그러다가 다시 부상으로 신음했다. 2021년 9월, 좌측 어깨 극상근 파열 및 관절와순 손상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수술했다. 차우찬의 재활이 길어지자 LG는 2022년 말 방출을 결정했다.
롯데가 차우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경력과 성실함을 인정해서다. 한때 투수 FA 최고액을 기록한 차우찬은 연봉 5000만원(인센티브 별도)에 계약했다. 돈을 떠나 "다시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1월 중순에는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괌으로 먼저 떠나 구슬땀을 흘렸다. 6월 10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퓨처스(2군)리그 SSG 랜더스전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13개. 직구 최고 시속은 134km였다. 차우찬의 KBO리그 마지막 공식 등판 기록이다.
차우찬은 "6월 10일 등판 후 회복까지 3주가 걸렸다. 다시 공을 잡고 몸을 만들려니 또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더 해보려고 했는데, 통증이 빨리 줄어들지 않아 '더 이상 안 되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약 3년 동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미련이나 여한은 없다. 차우찬은 "아파서 야구공을 내려놓으니까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몸이 아파서 더 해볼 수 있는 게 없으니까"라고 했다. 이어 "롯데에서 배려도 많이 해주고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셔서 후회 없이 재활했다. 성민규 단장님과 코치진에도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2006년 삼성 2차 1라운드 7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차우찬은 전천후 투수였다. 삼성 라이온즈와 대표팀에서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오가며 활약했다. 개인 통산 112승 79패 32홀드 평균자책점 4.51을 기록했다. 승률과 탈삼진 타이틀을 한 차례씩 차지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올림픽·아시안게임·프리미어12 등 대표팀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꼽았다. 차우찬은 "당시 한국시리즈에 선발과 중간 투수로 1경기씩 등판했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 우승해서 정말 기뻤다. 그때부터 삼성이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고 회상했다.
차우찬은 "마지막 3년을 제대로 못 던지고 그만둔 게 아쉬울 뿐"이라면서 "정말 좋은 팀에서 야구했다. 세 구단 모두 야구를 사랑하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다. 마지막에 팀을 옮길 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고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