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 성적과 젊은 투수의 어깨 관리, 두 가지 모두 해내야 한다. KIA 타이거즈 앞에 어려운 숙제가 놓였다.
올 시즌 신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23일 기준)을 소화한 선수는 KIA 좌완 윤영철(19)이다. 그는 18경기(17선발)에 등판해 89이닝을 막았다. 퓨처스리그 2경기 기록(13이닝)을 포함하면 102이닝이다.
고교(충암고) 3학년이었던 2022년 윤영철은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KBSA) 주최 대회에서 총 65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9월 열린 청소년세계선수권 대회에선 17과 3분의 1이닝을 막았다.
KIA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치른 마무리 캠프에 윤영철을 데려가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다른 투수과 비교해 많은 공을 던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철은 홈구장(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체력 훈련 위주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윤영철은 KIA 입단 뒤 고교 시절이었던 지난해보다 훨씬 체계적인 몸 관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재정비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점을 고려해도 등판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영철은 이미 지난해보다 20이닝 더 던졌다. KIA는 정규시즌 40경기 이상 남겨두고 있다. 윤영철이 경기당 5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고, 남은 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모두 소화하면 140이닝을 넘기게 된다.
윤영철의 팀 선배이자 이의리는 데뷔 첫 해(2021년)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94와 3분의 2이닝, 도쿄올림픽에서 10이닝을 소화했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KT 위즈)도 그해 133이닝을 막았다. 소형준은 2021년 구속 저하에 시달리며 고전하기도 했다.
프로 데뷔 시즌 고교 시절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쌓인 피로가 이듬해 작용하는 것이다.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최소 30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메이저리그(MLB) 저명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의 주장은 이미 정론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KIA의 상황이다. 22일까지 48승 2무 50패를 기록하며 5~7위를 오가고 있다. 포스트시즌(PS) 진출 경쟁이 한창이다. 전력 안배할 여유가 없다.
경기 일정도 타이트하다. 23일 기준으로 18경기나 비 때문에 치르지 못했다. 9월 중순 이후에도 휴일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심지어 홈보다 원정에서 순연된 경기가 더 많다. 심지어 팀 주축 선발 투수 이의리가 9월 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팀에 차출된다. 마땅한 대체 선수도 없다.
KIA는 우승을 목표로 삼은 팀이다. PS 진출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5강 경쟁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영철을 선발진에서 빼기는 어려워 보인다. KIA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