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용이 지난 20일 인천 LG전 9회 말 2사 3루에서 오스틴 딘의 내야 땅볼 때 1루를 바라보며 아웃을 확신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SSG 랜더스 마무리 투수 서진용의 '노 블론 세이브' 행진이 계속된다.
서진용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뒷문을 잘 걸어 잠그고 있다. 지금까지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선두 LG 트윈스와 맞붙은 지난 20일 홈 경기가 큰 위기였다. 서진용은 2-1로 앞선 9회 초 등판해 1사 후 신민재에게 안타와 볼넷, 폭투까지 내줘 2사 3루 위기에 몰렸다. LG 오스틴 딘이 친 빗맞은 타구는 3루 방면으로 데굴데굴 굴러갔고, 최정이 달려들어 공을 잡은 뒤 1루로 던지고 쓰러졌다. 결과는 세이프. 3루 주자 신민재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그러나 SSG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결과는 바뀌었다. 1루에서 아웃으로 정정돼 득점 없이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서진용은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사진=SSG 제공
서진용은 "최근 LG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오스틴과 승부여서 나도 긴장했다. 그러나 나도 자신감이 있었다"며 "땅볼 타구를 보며 '이거 안타가 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정 형이 몸을 날려 던졌고, 아웃 타이밍으로 봤는데 세이프가 선언돼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정이 형에게 고맙다"고 복기했다.
최정의 호수비와 SSG의 비디오 판독 신청 덕에 서진용의 '노 블론 세이브' 기록은 이어지게 됐다.
서진용은 24일 현재 33세이브를 기록, 부문 2위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23세이브)에 큰 격차로 앞서 있다. 팀 성적과 남은 경기 등을 고려하면 서진용의 생애 첫 타이틀(구원왕) 획득이 유력하다. 서진용도 "타이틀 의식이 되긴 한다"면서 "솔직히 (타이틀 획득을 위해)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웃었다. 그래도 "끝까지 가봐야죠"라고 덧붙였다. 사진=SSG 구단 제공
그 가운데 기대를 모으는 것이 생애 첫 '노 블론 세이브왕' 탄생 여부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블론 세이브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블론 세이브 없이 구원왕에 오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천하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도 구원왕에 오른 2011년(47세이브), 2012년(37세이브), 2021년(44세이브) 각각 1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서진용은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49로 높은 편이지만, 주자 출루 시 더 높은 집중력을 선보이며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다. 사진=SSG 구단 제공
서진용은 "주변에서도 블론 세이브에 관해 많이 물어본다"면서 "그러나 팀이 앞선 상황에서 불펜 투수가 동점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공격이 남아 있는) 홈 경기에선 좀 더 편한 게 생각하려고 한다. 블론 세이브 기록을 염두에 두거나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