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6월 엘살바도르전(1-1 무)이 끝난 뒤 뱉은 발언이다. 공격진에서 풀타임을 소화할 경기 체력을 지닌 선수가 손흥민뿐이라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씨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을 고려하면, 지난 28일 공개된 9월 A매치 2연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 명단은 ‘아이러니’했다. 뛰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올 시즌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상,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교통 정리 등의 이유로 새 얼굴을 여럿 발탁했다. 골키퍼 김준홍(김천 상무) 센터백 김지수(브렌트퍼드) 미드필더 이순민(광주FC)이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승선하게 됐다.
변화가 예상됐던 공격진은 6월과 다르지 않았다. 스트라이커 삼총사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를 그대로 뽑았다. 지난 3월 부임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셈이다. 납득이 갈만한 선택이었다면 논란이 없겠지만, 이들을 뽑은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다.
오현규는 종아리, 조규성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회복 중이다. 지난 6월 FC서울 임대 계약을 마친 황의조는 원소속팀인 노팅엄으로 돌아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도전에 나섰다. 황의조는 프리시즌에 골 맛을 보기도 했지만, 2023~24시즌 개막 후 한 차례도 피치를 밟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졌으리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했다”는 정도의 설명만 남겼다. 명단 발표 후 기자회견이 없어지면서 다른 선수들의 발탁 배경은 현재로서 알 수 없다.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공격진을 그대로 뽑은 것에 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클린스만 감독이 “황의조와 조규성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K리그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오현규도 셀틱에서 골을 넣었지만, 90분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했다. 현재 스쿼드에서 90분 경기를 지속해서 뛸 선수는 손흥민 한 명”이라고 불만을 드러낸 탓이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 아쉽다는 지적에 90분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손흥민뿐이라며 푸념했다. 나머지는 정기적으로 출전하지 못해 체력 등에서 아쉽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오는 9월, 이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공격수 셋을 데리고 유럽 원정에 나선다. 물론 그간 고정적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던 조규성, 오현규, 황의조보다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두 달 전 발언을 고려하면, 이번 명단을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둘은 부상, 한 명은 한 경기도 뛰지 못했는데, 90분은커녕 그라운드에 나서 정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이 셋을 그대로 뽑았으니 말이다.
결국 9월 A매치 결과에 관한 책임은 못 뛰고 아픈 선수들을 선발한 클린스만 감독에게 향한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4경기 무승(2무 2패) 늪에 빠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 역대 외국인 사령탑 최장기간 무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승’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국내 상주를 약속하고 자주 국외를 떠돌면서 불성실하다는 낙인이 찍혔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비교해 K리그 선수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없애고, 대표팀 소집 이후 인터뷰로 대신하자고 요청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성적 부진과 맞물려 민심은 완전히 돌아선 상태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트라이커 삼인방과 더불어 올 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한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황희찬(울버햄프턴)도 뽑았다. 그간 축구대표팀 핵심으로 활약한 둘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들을 발탁한 게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9월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유 논란을 비롯해 성난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