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에게 김재환은 '아픈 손가락'이다. 감독 부임 첫 시즌, 팀의 핵심 선수로 기대가 컸지만, 활약이 미미하다. 8월 30일 기준 타율이 0.219(329타수 72안타)에 그친다. 규정타석을 채운 47명의 타자 중 타격 최하위다.
정확도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김재환은 2019시즌 4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데뷔 첫 홈런왕에 올랐다.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40홈런을 넘긴 건 KBO리그 역사상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 베어스·42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국내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그해 장타율이 0.657인데 올 시즌 기록은 0.343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최근 흐름은 더 좋지 않다. 7월 이후 소화한 35경기 타율이 0.152(112타수 7안타). 이 기간 장타율(0.250)과 출루율(0.28)을 합한 OPS가 0.530으로 리그 꼴찌다. 개막 후 5개월째 부진이 계속되니 팀 타선의 부담도 크다. 양의지가 고군분투 중이지만 김재환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니 화력이 반감된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재환의 RC/27은 올해 4.15(1위 구자욱·8.95)로 리그 40위권 밖이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데 김재환은 2018년 RC/27이 10.77로 KBO리그 전체 2위(1위 박병호·13.20)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수치가 급락했다.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는 점에서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재환과 2021년 12월 4년 총액 115억원 대형 계약으로 한 두산으로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김재환의 올해 연봉은 15억원. 리그 전체 공동 4위(외국인 선수 제외)에 해당한다.
치열하게 5위 경쟁 중인 이승엽 감독은 "분명히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며 "재환이가 지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팀이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