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황인범이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떠나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황인범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으나, 일부 팬은 해당 게시글에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황인범은 5일(한국시간) 올림피아코스를 떠나 세르비아 수페르리가로 향했다. FK 츠르베나 즈베즈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황인범의 영입을 알렸다. 구단은 “올림피아코스를 떠나 우리와 4년 계약을 맺은 한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황인범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적료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550만 유로(약 79억원) 선이다.
같은 날 황인범은 SNS를 통해 올림피아코스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 팬들에게 감사하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지난 시즌 팬들이 보내준 지지와 사랑을 생각한다면, 내가 받은 비판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팀 동료·코치진에게도 감사하다. 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팬은 해당 게시글에 분노를 담았다. 특히 ‘우리는 너를 전혀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네가 떠난 방식 때문에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을 것’ ‘무슨 멍청함인가’ 등의 답글을 달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황인범의 이적 사가에 마침표가 찍혔다. 황인범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문부호가 찍혔다. 특히 지난달 11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차 예선을 앞두고 명단에서 아예 빠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명단 제외의 이유로 ‘황인범이 이적 요청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1년 만에 팀을 떠나려는 그를 비난했다.
쟁점은 계약 기간이었다. 당초 올림피아코스는 2022년 7월 황인범과 계약하면서 3년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인범은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임시 자유계약 신분 상태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보호를 위해 임시적인 신분을 허용해 줬다. 황인범은 덕분에 2022년 전반기엔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해당 신분의 기한은 6월까지였으나, 전쟁이 이어지자 FIFA는 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이후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 유니폼을 입었다.
황인범은 2022~23시즌 올림피아코스 소속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공식전 40경기를 소화했고, 5골과 4도움을 올려 주목받았다. 이적 첫해 놀라운 활약으로 올림피아코스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황인범은 당초 2023년 6월까지 루빈 카잔 소속이었다. 황인범 측은 올림피아코스와의 계약이 1+2년이라고 주장한다. 루빈 카잔과의 계약이 끝난 뒤, 올림피아코스와 2년 계약을 연장할 경우 일정 금액의 바이아웃이 포함된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그리스 현지 매체는 올림피아코스와 황인범의 계약 기간이 3년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지 매체는 팀을 떠나려는 황인범에게 강도 높은 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뒤늦게 1+2년이라고 정정했으나, 바이아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사이 황인범은 아탈란타(이탈리아) 프라이부르크·묀헨글라트바흐(독일) 등의 관심을 받았으나 올림피아코스의 요구를 맞추지 못했다. 당시 현지 매체는 ‘황인범에 대한 올림피아코스의 요구액은 1000만 유로(약 143억원)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 리그 이적시장이 하나 둘씩 닫히는 상황에서 황인범의 거취가 불투명했으나, 올림피아코스는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제안을 수락하며 이적 사가에 마침표가 찍혔다.
황인범 입장에선 올림피아코스 때보다 더 큰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세르비아 리그의 강호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지난 2022~23시즌 수페르리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통산 우승 횟수를 9로 늘렸다. 이는 리그 내 최다 기록이다. 2023~24시즌에는 당당히 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 무대도 밟았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RB라이프치히(독일) 영 보이스(스위스)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오현규·양현준·권혁규(이상 셀틱)에 이어 또 한 명의 한국인이 별들의 무대에 나선 셈이다.
한편 9월 A매치를 위해 영국으로 향한 황인범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최근 공개한 영상에선 새벽 운동을 소화하는 중인 황인범의 모습도 담겼다. 우여곡절 끝에 새 도전에 나선 황인범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팬들의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