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지난 4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네 번째 멀티 도루에 성공했다. 1회에 이어 4회에도 베이스를 훔쳐 시즌 도루를 31개(실패 8개)까지 늘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단일 시즌 30도루를 정복한 건 김하성이 처음. 이전 단일 시즌 기록은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추신수(현 SSG 랜더스)가 달성한 22개였다.
김하성의 2021년 도루는 6개(실패 1개)였다. 메이저리그(MLB) 2년 차인 지난해 도루는 12개(실패 2개). 전년 대비 2배 늘었지만 크게 주목할 수준은 아니었다.
올해는 다르다. 도루 시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앞선 두 시즌을 더한 것보다 더 많이 뛴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김하성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MLB 진출 후 초당 28.4~28.5피트(8.65~8.69m) 수준을 유지한다. 주력을 향상한 게 아닌데 도루가 늘어난 비결에는 MLB 룰 개정이 한몫한다.
MLB는 올 시즌부터 베이스 크기를 15인치(38.1㎝) 정사각형에서 18인치(45.72㎝) 정사각형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1·3루와 홈플레이트 거리는 약 3인치(7.62㎝) 2루와 1·3루의 거리는 약 4.5인치(11.43㎝)가 짧아졌다. 투수가 주자를 견제하거나 투수판에서 발을 빼는 행위를 타석당 2회로 제한한 것도 주자의 도루 시도를 좀 더 수월하게 만들었다. 리그 차원에서 도루를 장려했고, 시대 흐름에 따라 김하성도 적극적으로 베이스러닝을 한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MLB 투수의 견제 능력은 KBO리그 선수들보다 떨어진다. 마무리 투수를 포함한 불펜 투수는 더욱 그렇다"며 "여기에 견제 횟수를 제한하니 확실할 때 아니면 견제를 더 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1초에 27피트(8.23m)를 뛰면 평균이다. 김하성의 스피드는 중상급 정도인데 3년가량 활약하면서 상대 투수의 버릇 같은 것도 잘 파악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MLB는 그야말로 '도루의 시대'다. 팀 도루 100개 이상 기록한 구단이 지난해 8개에서 올해 13개로 늘었다. 잔여 일정을 고려하면 20개 넘는 구단이 세 자릿수 도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7월에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2017년 디 스트레인지-고든(당시 마이애미 말린스·60개) 빌리 해밀턴(당시 신시내티 레즈·59개) 이후 6년 만에 시즌 50도루를 정복하기도 했다. 아쿠나 주니어는 시즌 도루를 63개까지 늘려 도루왕 타이틀을 굳혔다.
김하성의 도루는 선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무기다. 송재우 위원은 "흔히 공격과 수비가 잘 되는데 도루까지 하니 3박자를 다 갖춘 선수가 된다"면서 "(김하성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향후 계약에도) 영향을 준다. 몸값이 상당히 오를 거"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