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대해 “앞선 네 경기를 모두 이겼다고 하더라도 비판은 계속됐을 것”이라며 “비판을 받는 건 감독의 숙명이고, 비판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7일(한국시간) 영국 풋볼데일리, 플래닛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웨일스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독이 비판을 받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은 좋은 경험으로 축적돼 왔다. 비판을 통해 팀이 성장하는 걸 직접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의 소셜미디어(SNS)가 매섭다는 건 많은 조언을 들어서 안다. 하지만 감독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대신 나는 대표팀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걸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나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네 경기째 무승(2무 2패)의 늪에 빠져 있는 데다, 당초 국내 거주에 대한 약속과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자택이나 유럽 등에서 보내 이른바 재택·외유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대표팀 명단발표 기자회견마저 생략한 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 행사에 참석하거나 직접 보지도 않은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하는 등 근무태만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같은 내용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건 이미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외신들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번 기자회견을 전한 플래닛스포츠 역시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비판을 받아왔다.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도 기자회견이 아닌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했을 때도 비판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 비판을 받는 건 직업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의 업무는 그런 비판을 상대하는 것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멋진 경험들이었다. 한국 대표팀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앞선 네 경기에 대해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네 경기 모두 경기력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기지 못했을 뿐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경기 운영 방식은 만족스러웠다”며 “다만 지난 6월엔 손흥민(토트넘)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없었다. 나 역시 팀이 계속 발전하는 걸 보고 싶고, 승리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둘러싼 평가는 카타르 아시안컵 결과를 통해 달라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부터 가장 첫 번째 목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제시했다. 지난 1960년 우승 이후 63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목표다. 어떠한 부침이 있더라도 적어도 아시안컵까지는 지휘봉을 잡고, 그 이후에 평가를 받겠다는 의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평가전은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테스트 무대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고, 팀을 한 단계씩 발전시킬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의심할 여지없이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6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한국은 콜롬비아·엘살바도르와 비기고, 우루과이·페루에 져 2무 2패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 3월엔 카타르 월드컵 16강 멤버들을 주축으로 내세우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사실상 ‘진짜 1기’였던 6월 평가전에서도 부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외유 논란에 근무태만 논란 등이 거세게 일면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모두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클린스만호 출범 다섯 번째 평가전 상대인 웨일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한국(28위)보다 낮은 팀이다. A대표팀 평가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과 웨일스의 평가전은 8일 오전 3시 45분에 열린다. 웨일스전을 마친 뒤 대표팀은 잉글랜드 뉴캐슬로 이동, 사우디아라비아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유럽 원정에서 치르는 중동 팀과의 평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