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긴 이겼는데, 찝찝함은 지울 수가 없다. 사흘 전 카타르전 완패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야 했지만 ‘대반전’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황선홍호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 역시 계속 이어지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은 9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예선 B조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었다. 황선홍 감독은 이달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나서는 U-24 대표팀, 그리고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2 대표팀을 모두 이끌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항저우 AG에 나서는 팀과는 다른 대표팀이다.
이번 예선은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하는 내년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팀을 가리는 대회다. 전장이 홈이었고, 키르기스스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97위(한국 28위)에 불과한 팀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1골 차 신승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임에 분명했다. 주도권을 쥐고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잦은 패스미스로 스스로 흐름이 끊기며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진 탓이다.
더구나 황선홍호는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첫 경기에서 졸전 끝에 0-2로 완패한 터였다. 이날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야 했는데, 1골 차 진땀승으로 그 기회마저 날렸다. 그나마 카타르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라 카타르의 성적과 맞대결 전적이 예선에는 포함되지 않아 승점 3(1승)으로 B조 1위에 오른 게 다행이었다. 2위 미얀마(1무)와 3위 키르기스스탄(1무 1패·이상 승점 1)이 한국의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오는 12일 같은 장소에서 미얀마와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그나마 미얀마는 FIFA 랭킹이 160위로 아시아에서도 최약체로 분류되는 팀이고,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본선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다만 앞서 카타르, 키르기스스탄과의 2연전 아쉬운 경기력과 결과 탓에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우승 도전, 나아가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됐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은 내년 AFC U-23 아시안컵 상위 3개 팀에 주어진다.
황선홍 감독은 김신진(FC서울)과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 홍윤상(포항 스틸러스)을 최전방 공격수로 뒀고, 중원에는 오재혁(전북 현대) 권혁규(셀틱) 백상훈(서울)을 포진시켰다. 이태석(서울)과 조성권(김포FC) 조위제(부산 아이파크) 박창우(전북)는 수비라인을, 김정훈(전북)은 골문을 각각 지켰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정상빈이 문전을 향해 낮은 크로스를 전달했고, 쇄도하던 홍윤상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 등 유럽 임대 생활을 마치고 포항으로 복귀, 최근 소속팀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홍윤상의 기세는 U-22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국은 점유율을 높이며 추가골을 노렸다. 다만 좀처럼 결실을 맺진 못했다. 전반 18분 김신진의 헤더는 골문을 외면했고, 7분 뒤 오른발로 낮게 찬 깔아 찬 슈팅마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3분 뒤 조위제의 왼발 슈팅마저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전반전 유효슈팅이 3개에 불과했던 한국은 후반 오히려 상대의 반격에 흔들리기도 했다. 상대의 역습에 의한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며 자칫 실점 위기에 몰렸다. 설상가상 정상빈이 통증을 느끼며 교체됐다. 황 감독은 후반 14분 정상빈과 박창우를 빼고 민경현(인천)과 이현주(비스바덴)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교체카드를 쓴 이후에도 한국은 좀처럼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5분 또다시 역습 상황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황 감독은 추가골을 위해 허율과 엄지성(이상 광주FC) 이진용(대구)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허율과 엄지성은 후반 41분 크로스에 이은 헤더 합작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결과가 중요한 무대인 만큼 승점 3점을 따냈고, 이 결과를 통해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다만 객관적인 전력상 키르기스스탄전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고, 그보다 지난 카타르전 완패의 아쉬움을 털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다. 경기장을 직접 찾은 관중들, 황선홍호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완전한 반등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황선홍호를 향한 비판적인 여론 역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