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등은 아니어도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을 보면 괜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대표적으로 스포츠가 그렇다. 별들이 모인 강팀보다는 때때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올라온 언더독에게 더 많은 응원이 몰리기도 한다.
요즘 LG유플러스를 보면 비슷한 감정이 샘솟는다. 특히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직속으로 두고 열심히 신사업을 구상 중인 '인피니스타'를 보면 불안하면서도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통신 3사는 5G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화려한 시각 효과로 감싼 광고 영상은 마치 5G에 가입하면 신세계가 펼쳐질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청구서에 찍힌 요금만 오르고 우리의 일상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20배 빠른' 문구로 정부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후 이통 3사는 고객과 점점 더 멀어졌다.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입을 모아 '탈통신'을 외쳤고, 돈이 되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도 손이 가는 앱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정도뿐이다. 이렇게 5G 시대가 흐지부지 지나가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도전이 유독 눈길을 끈다.
'영업' '재무' '전략' 등 딱딱한 단어가 붙는 대기업의 특성을 벗어나 무한을 뜻하는 '인피니티'와 '스타트업'을 합쳐 조직 이름으로 정한 것부터 독특하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6월 신설한 인피니스타는 작지만 당찬 시도였다.
황현식 대표는 작년 '유플러스 3.0' 비전을 발표할 당시 "신사업 조직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크게 했다"며 "내부에서 생긴 아이디어가 상품과 서비스가 되고, 독립적으로 이들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조직적인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피니스타는 지난해 10월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3월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을 표방한 SNS '베터'를 선보였다.
두 서비스의 초반 성과가 엇갈린다. 스포키는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스포츠가 매개체라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반해 인스타그램이 대명사나 다름없는 SNS 시장에서 베터는 공개 100일이 지난 시점에 누적 기록이 3만건을 넘어선 것에 그쳤다. 그런데도 당장 마케팅에 힘을 쏟지 않고 조금씩 충성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나름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객이 이통사에 바라는 혁신은 별게 없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덕지덕지 붙인 영화 속 가상세계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변화로 족하다. LG유플러스의 참신한 도전이 업계의 귀감이 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