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주심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심판이 변경됐다. 주심으로 예정돼 있던 윤상원 심판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난이 쏟아지고, 급기야 심판과 가족에 대한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윤상원 심판은 전날 LG와 NC의 경기에서 2루심으로 출장했다. 당시 9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NC 박건우가 친 내야 땅볼이 해당 심판에게 향했고, LG 2루수 신민재가 그의 뒤에서 땅볼을 잡아 처리했다. 당시 LG 선수들은 경기가 종료됐다고 생각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데 윤상원 심판이 앞선 내야 땅볼에 본인이 맞은 것을 알렸고, 야구 규칙에 따라 이 땅볼이 내야 안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정했다. 판정에 따라 경기는 계속됐고, 경기는 NC의 승리로 바뀌었다.
판정에 대한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뜨거웠다. 심판이 땅볼을 맞은 것인지, 맞았다면 피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해당 야구 규칙에 대한 의견 교환도 많았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윤 심판의 개인 신상에 대한 정보와 비난이 쏟아졌다. 심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것이다.
경찰은 창원NC파크에 출동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고, NC 구단도 구장 보안을 강화해 대처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당사자가 받은 충격이 나아지긴 힘들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테러 예고가 있는 한, 해당 심판의 결장은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형사법의 기본원리 중 ‘책임주의’가 있다.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7. 11. 29. 선고 2005헌가10 결정). 이러한 책임주의는 비단 형사법에만 국한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 대한 평가나 의견은 그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주변에 대한 것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주변인도 사안과 관련이 있다면 그 평가와 의견을 함께 받아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단지 누군가의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번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번 사건도 그러하다. 해당 심판의 판정과 경기운영의 타당성과 그 가족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가족들을 대상으로 비난과 위협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선수와 감독 등 관계자들이 댓글이나 SNS 게시글에 대해 민·형사 법적 조치를 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비난과 위협으로 고통을 받았음을 호소한다.
지난주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SNS 게시글에서도 이러한 고통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악성 댓글을 고소해 받은 합의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했다고 했다. 또 자신은 악플러를 고소한 것이지 팬을 고소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올렸다. 덧붙여 자신을 욕해도 괜찮다며 가족 욕만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물론 최근 야구계가 진행한 악플 고소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한다. 가족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는 모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