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제주 유나이티드에 든든한 지원군이 복귀했다. ‘주장’ 최영준(31)이 7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시즌 막바지 복귀한 그는 팀을 향해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몰입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전북 현대를 떠나 제주에 합류한 최영준은 팀 내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활발한 활동량과 수비력을 뽐내 ‘K리그의 은골로 캉테(프랑스)’라고 불릴 정도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주장 완장까지 찼다. 이미 경남FC·포항 스틸러스·전북에서 주장단의 위치에서 활약한 바 있는데, 제주에서도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주장’ 최영준의 모습은 2023시즌 개막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다. 그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커리어 사상 가장 큰 부상을 개막전에서 당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시즌 초반 구상이 어그러진 제주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첫 5경기에서 2무 3패에 그쳤고, 6라운드가 돼서야 승전고를 울렸다. 기세를 이어 한 때 리그 3위까지 올라 시즌 전 ‘현대가 양강을 깨겠다’라는 약속을 지킬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름부터 시작된 부진과, 득점력 저하로 점점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30라운드 종료 기준 순위는 9위(9승8무 13패 승점35). 파이널 A에 진입하기 위해선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고, 경쟁 팀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제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최영준이 7개월 만의 복귀전을 가졌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0라운드서 후반 교체 투입돼 약 17분가량 그라운드를 밟았다. 팀은 비록 인천 에르난데스의 환상적인 골에 고개를 숙이며 1-2로 졌지만, 든든한 주장의 복귀라는 작은 위안을 얻었다.
복귀전을 마친 최영준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라고 돌아봤다. 이미 지난 7월부터 조금씩 복귀 시동을 건 최영준은 “작은 통증이 있지만, 뛰는 데엔 문제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복귀 시점에 대해선 “최근 감독님께 ‘이제 뛸 수 있다’라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도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계신 상황이었다”면서 “감독님께선 ‘다시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당부를 해주셨고, 나 역시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 복귀전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부상은 최영준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큰 부상이었다. 그 역시도 “쉬면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볼까도 생각했다. 나는 굉장히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다. 전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 거란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복귀하니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계속 뛰면서 생각을 해보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의 안정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영준이 자리를 비운 시기 동안 제주 선수들은 ‘주장의 복귀를 바란다’고 종종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함께 제주의 핵심 선수인 이창민과 안현범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선수는 각각 입대, 이적으로 팀을 떠났다. 이에 최영준은 “현실적으로보면 나보다 두 선수가 빠진 것이 더 영향이 컸을 것이다”라면서도 “그래도 여름에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다. 선수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선수들이 잘해야 되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내가 ‘게임 체인저’는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부분을 찾겠다”라고 약속했다. 선수들을 향해 “이제는 ‘괜찮을 거다’라는 격려보다는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몰입해야 할 시기다. 파이널 A든, B든 팀 전체가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최영준은 기다려 준 팬들을 향해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도움이 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늦게 돌아온 만큼 더 뛰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하겠다”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