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베테랑 이반 페리시치(34)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전방 십자인대 부상 때문이다. 토트넘과 계약이 내년 6월까지라 사실상 토트넘에서의 커리어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최악의 경우 선수 은퇴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토트넘 구단은 20일(한국시간) 페리시치의 수술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페리시치가 훈련 도중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ACL) 부상으로 조만간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을 마친 뒤엔 의료팀과 함께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남은 시즌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단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쾌유를 기원한다”는 응원 문구도 덧붙였다.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 보통 반년 정도는 회복과 재활에 전념해야 한다. 재활이 끝나더라도 곧바로 경기 출전은 불가능하고 경기 감각 등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내년 5월 막을 내린다. 구단 차원에서 시즌 아웃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토트넘 구단의 이같은 발표를 인용해 전하면서 “페리시치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될 것으로 보인다.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시작할 예정인데, 페리시치가 이번 시즌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에서의 커리어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계약이 만료되는 데다, 이미 지난여름 이적시장 방출설이 돌았을 만큼 더 이상 동행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신임 감독 체제에선 활용법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번 시즌 EPL 출전 기록은 5경기 교체 출전, 총 출전 시간은 98분에 불과하다.
페리시치는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 시절이던 지난해 6월 자유계약을 통해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는 선수나 인터 밀란(이탈리아) 시절 동행했던 선수들의 영입을 선호했는데, 인터 밀란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페리시치 역시 그 일환으로 영입했다. 토트넘 이적 전 시즌 페리시치는 세리에A에서 35경기에 선발 출전해 8골·7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토트넘 이적 후 콘테 감독 체제에선 당연히 핵심 자원으로 분류됐다. 당시 스리백 전술을 쓰던 콘테 감독은 왼쪽 윙백으로 페리시치를 주전으로 썼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과 불협화음 논란도 쏟아졌다. 콘테 감독은 윙백 페리시치를 손흥민보다 더 공격적인 위치에서 활용했고, 반대로 손흥민은 심지어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EPL 득점왕에 올랐던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였다. 결국 손흥민은 페리시치 합류 이후 EPL 득점 수가 23골에서 다음 시즌 10골로 급감했다.
시즌 도중 콘테 감독이 경질되고, 새 시즌을 앞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하면서 자연스레 페리시치도 떠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탈리아 언론들을 중심으로 친정팀 인터 밀란 복귀설도 돌았다. 데스티니 우도지가 임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만큼 토트넘도 페리시치와 굳이 동행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인터밀란이 이적료가 발생하는 데다 페리시치의 높은 연봉에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남은 한 시즌도 동행키로 했다.
콘테 감독과 전혀 다른 전술을 쓰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페리시치가 설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왼쪽 풀백 자리는 데스티니 우도지나 벤 데이비스가 자리를 꿰찼고, 공격진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마노르 솔로몬, 브레넌 존슨 등 더 경쟁이 치열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반부 문전 크로스가 필요할 때 정도만 페리시치를 교체로 활용했다. 핵심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입지가 정반대가 됐다.
설상가상 이번 부상으로 수술대까지 오르면서 토트넘과 동행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2008~09시즌 KSV 루셀라레(벨기에)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래 처음 겪는 장기 부상이기도 하다.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페리시치가 가장 오랫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던 건 볼프스부르크(독일) 소속이던 지난 2014년 어깨 골절로 인한 56일 이탈이었다.
1989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할 때 부상 회복 속도 등에 따라 새로운 팀을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십자인대는 축구 선수들에겐 치명적인 부상 부위라는 점에서 향후 회복 정도도 장담할 수 없다. 적어도 반년 간 재활에만 전념해야 하는 이번 부상은 선수 본인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앞서 페리시치는 크로아티아 하이두크 스플리트, 프랑스 소쇼 유스팀을 거쳐 루셀라레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클럽 브뤼헤(벨기에)를 거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볼프스부르크(이상 독일) 인터 밀란, 바이에른 뮌헨(독일·임대) 등을 거쳐 토트넘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2회, 세리에A 우승 1회, 독일 DFB-포칼(컵대회) 우승 3회, 코파 이탈리아 우승 1회 등을 경험했다.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로 A매치 129경기에 출전해 33골도 넣었다. 크로아티아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카타르 월드컵 3위 등 이끌었다.